제주 32년만의 폭설… 발 묶인 관광객 품어준 교회

입력 2016-01-25 20:56
대한성공회 제주교회 성경원 신부와 교인들이 25일 제주공항에서 폭설로 발이 묶인 사람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다. 제주교회 제공

32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지역 교회들도 발이 묶였다. 제주중문교회 제주영락교회 제주성안교회 등 제주지역 교회의 24일 주일예배에는 절반 이하의 교인들만 참석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대한성공회 제주교회는 제주공항에 머물고 있는 여행객들에게 주먹밥 등을 나눠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오공익 제주중문교회 목사는 25일 “무릎까지 쌓인 눈 때문에 교회 차량은 운행조차 못했다”면서 “교인들이 걸어서 교회에 오다보니 평소 주일 출석인원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계속 눈보라가 치고 택시 운행조차 어려워 영성 프로그램 때문에 교회를 찾은 중국인 60명, 한국인 40여명이 교회에 머물고 있다”면서 “한파경보는 해제됐지만 계속 눈발은 날리고 있다. 교회에 머무는 100여명의 항공편 마련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성안교회(류정길 목사)도 폭설 때문에 다수의 성도들이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다. 통합아동부 부장 현경희(50·여) 집사는 “제주도 토박이인데, 어렸을 때 말고 눈이 이렇게 많이 온 기억이 없다”면서 “예배당 2층은 거의 비었고 성가대도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아동들도 평상시 3분의 1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교회 관계자들은 차량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공항 관광객에게 교회 건물을 개방하고 싶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주영락교회 관계자는 “주일날 교회 버스만 체인을 감고 겨우 운행했다”면서 “공항에 머물고 있는 여행객을 받고 싶어도 눈 때문에 오가는 시간이 꽤 걸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제주공항 인근에 있는 대한성공회 제주교회는 폭설로 갑작스레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에게 된장국과 주먹밥을 제공했다. 성경원 신부와 교인 10여명은 이날 오전 8시 주먹밥 150개, 낮 12시 400개, 오후 5시 600개를 준비해 공항을 찾았다.

성 신부는 “주일 내내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며 “애월읍에 머물고 있는 성공회부산교구 어머니회 회원 4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한 뒤 공항에 계신 분들이 생각나 밤부터 준비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성공회 제주교회는 26일 오전까지 가급적 많은 식사량을 준비해 제주공항에 고립된 이들에게 건넬 계획이다.

김나래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