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이 통합을 선언하게 된 배경에는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이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데 이어 24일 저녁에도 안 의원과 천 의원을 만나 신당 통합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권 빅텐트’ 구성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안 의원의 국민의당과 천 의원의 국민회의 통합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천 의원과는 오랫동안 상당히 여러 번 만남을 갖고 여러 얘기를 함께 나눠 왔다”며 “핵심적인 부분을 며칠 전 우리 안 의원과 함께 셋이 앉아서 말씀을 나눴다”고 했다. 최원식 대변인은 “(두 사람이) 일주일에 두 번은 만났다”며 “김 의원의 표현에 의하면 안 의원도 정치를 한 이후에 천 의원과 가치에 대해 접근했던 부분이 있어서 교류가 많았다”고 했다. 물밑에서 김 의원이 천 의원과 ‘접점’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했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그동안 ‘야권 재편’에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재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박영선 의원도 더민주 잔류를 결정하자 힘을 못 쓰고 있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때문에 김 의원이 기자회견에 앞서 당사에서 열린 확대기획조정회의에 불참하자 안 의원과 마찰을 겪는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 낳았다.
다만 ‘중도 정당’을 표방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측 인사를 흡수하지 못하고 계속 더민주 탈당파 의원 위주로 세를 불리자 ‘반문연대(반문재인 연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김 의원은 “우리는 무엇을 반대하기 위해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통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상 지난 21일 천 의원과 야권 통합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정동영 전 의원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2월 2일(국민의당 창당 예정일) 전에 정 전 의원도 같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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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5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