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마저… 온라인 공세에 밀리는 대형마트

입력 2016-01-26 04:02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박모(37)씨는 갓 돌이 지난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기저귀를 산 적이 한 번도 없다. 기저귀의 경우 부피가 커 온라인 주문이 편한 데다 가격 역시 온라인이 더 싸기 때문이다. 주문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어 떨어질 때 맞춰 주문해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박씨는 25일 “아이가 태어난 후 온라인쇼핑 빈도가 늘었다. 초기엔 유아용품 위주로 샀지만 요즘엔 생수나 다른 생필품도 온라인으로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이 영·유아용품을 비롯한 생필품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면서 기존 구입처인 대형마트와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생필품 전용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대형마트 업계 내 최저가 경쟁도 온·오프라인 간 대결로 확대되는 추세다.

티몬은 지난해 6월 ‘최저가 생필품 쇼핑’을 표방한 슈퍼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저가 상품의 경우 대형마트와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나란히 게시하고 있다. 사이트 출범 이후 6개월 만에 매출이 382% 급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요 생필품으로 꼽히는 커피믹스(매출증가율 304%), 라면(237%), 섬유유연제(58%), 샴푸(48%)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11번가도 지난해 6월 생필품을 특화한 ‘마트11번가’를 확대 개편했다. 기존 ‘바로마트’에서 판매되던 3000여개 상품을 3만5000여개로 확대하고 대형 유통업체와의 제휴도 강화했다. 서비스 개편 이후 7개월간 매출이 48% 올랐다. 기저귀 등 영·유아용품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대해온 쿠팡의 주요 생필품 매출도 급증했다.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생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8% 상승한 것을 비롯해 세제(210%), 분유(205%), 화장지(159%), 쌀(157%), 기저귀(121%), 샴푸(102%) 등이 세 자릿수 이상 신장했다.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기저귀, 분유 등 영·유아용품과 생필품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형마트 가정·생활 상품군은 명절이 있었던 2·9월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지난해 기저귀와 분유 매출은 전년과 비교할 때 각각 26.3%와 17.1% 줄었다. 세제(-5.1%), 제지(-4.0%), 커피·차(-2.1%), 샴푸 등 헤어케어(-0.7%) 등의 매출도 역신장했다.

업계에선 생필품의 온라인 구매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은 ‘글로벌 이커머스 보고서 2015’에서 한국의 생필품 온라인 구매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쇼핑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역시 온라인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만큼 앞으로는 온라인 대 온라인 간의 가격·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