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일반해고 지침

입력 2016-01-25 17:25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와 징계를 금지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가 주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개별 판례에 의해 그 내용이 채워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든가 부득이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로 대별된다. 근로자 귀책 해고와 경영상 해고(정리해고) 모두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전제조건과 절차, 사용자 입증 책임 등이 요구된다.

근로자 귀책 해고는 직무능력 부족, 질병, 수감, 음주벽 등 일신상 사유로 인한 일반해고와 무단결근, 회사명예 실추, 비밀누설, 불법집단행동 등 행태상의 사유로 인한 징계해고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직무능력 부족은 사용자가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해고 전에 공정한 인사평가를 거치고, 교육·훈련과 배치전환 등을 통해 일신상의 사유를 개선·해소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서 개별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때에는 거의 징계해고의 형식을 택한다.

고용노동부가 ‘공정인사지침(일반해고 지침)’을 25일부터 시행한다고 선포했다. 노동부는 이것이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노동계는 쟁송을 오히려 더 늘릴 것이라고 반박한다. 해고를 유도하는 안내효과와 일반해고가 이만큼 어려우니 포기하라는 위협효과가 공존하지만, 전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침이 있을 경우 때로는 아전인수식 해석까지 동원해 해고 결단을 내릴 빌미로 삼을 것이다. 아니라면 사용자단체들이 무엇 때문에 2대 지침 채택을 정부에 재촉했겠는가.

우리나라 기업들은 정리해고 대신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통해 거의 원하는 만큼의 고용조정을 하고 있다. 근로자의 평균근속연수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유연성 대신 임금유연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