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 획정은 파견법과 연계 말고 바로 처리해야

입력 2016-01-25 17:26
여야가 일부 쟁점법안과 총선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했음에도 나머지 법안과의 일괄타결에 실패함에 따라 26일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 현재 협상 중인 법안은 모두 9개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2건,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등 노동개혁 법안 4건,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선거구 획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이 중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의 선거구 획정안도 의견일치를 봤다. 하지만 남은 법안과의 일괄처리(여당)냐, 분리처리(야당)냐를 둘러싸고 맞서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야가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칫 잠정 합의된 법안까지 덩달아 무산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주말의 협상 분위기가 냉각된 것은 여당의 연계 전략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쟁점법안을 선거구 획정안과 연계시키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청와대가 핵심으로 지목한 파견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청와대는 ‘원샷법과 파견법은 한 세트’라며 일괄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25일 정책의원총회를 연 국민의당도 파견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파견법 처리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획정안을 볼모로 삼아 계속 거래를 시도한다면 역풍을 만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야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등에 합의해주면서 다른 현안을 끼워넣기했을 때의 비판적 여론을 잊진 않았을 게다. 지난 연말 여당의 예산안 연계처럼 국회선진화법을 더 이상 당략에 따라 이용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획정안이 인질로 잡힐 만큼 한가로운 상황도 아니다. 선거구 실종이라는 헌정 비상사태는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합의된 법안만이라도 1월 임시국회에서 먼저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파견법 처리가 불가능하다면 기업 사업재편 시 특례를 담은 원샷법이라도 산업계를 위해 시급히 통과시키는 게 마땅하다. 여야가 절충 중인 나머지 법안은 순차적으로 해결해가면 된다. 이는 여당이 연계 전략을 풀 때에 가능하다. 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를 자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