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이란, 넘치는 돈으로 구매력 과시… 글로벌 경제 ‘단비’ 될까

입력 2016-01-26 04:05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2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방문하는 등 17년 만에 유럽 순방에 나섰다.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이탈리아 로마의 퀴리날레 대통령궁을 방문해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란인들이 테헤란 상점가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 AP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글로벌 경제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구 7800만명의 거대 내수시장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앞다퉈 불러들이고 있는가 하면 석유수출 재개로 중국 못지않은 구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 세계가 이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전 세계 비즈니스 업계에서 이란은 이제 노다지(bonanza)가 됐다”고 묘사했다.

특히 이란은 그동안 통장에 있어도 쓸 수 없었던 1000억 달러(약 120조원)에 달하는 해외자산을 쓸 수 있게 된 데다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추가로 수출할 수 있게 되면서 ‘돈’이 넘치게 된 상황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재건을 위한 ‘해외 쇼핑’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경제제재 해제 이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첫 해외방문인 25∼27일 유럽순방에서도 확인된다. 17년 만에 해외순방에 나서는 로하니 대통령은 프랑스를 찾아 에어버스 114대를 구매하는 계약에 서명할 예정이다. 100억 달러(12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계약이다. 이란은 경제제재로 인해 항공기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중장거리 비행기 400대, 단거리 여행용 비행기 100대를 수년 내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에서는 이란혁명(1979년) 이전에 제작된 비행기들도 수두룩해 툭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해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란 내 파이프라인 건설 및 상하수도 공사, 선박 발주, 철강 수입 등을 위해 170억 유로(22조원) 상당의 계약도 체결키로 했다. 이탈리아의 고위 관료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 체결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란과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할 이탈리아 기업들이 수두룩하다”고 소개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120명의 이란 경제사절단이 동반했으며 프랑스에서는 석유업체인 토탈과 자동차업체인 르노닛산 등과도 경협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업체들의 경우 대이란 경제제재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조만간 수출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아 미국 항공업체 보잉사에도 이란이 ‘큰 손님’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정부 역시 이란 제재 3일 뒤 곧바로 경제사절단을 구성하는 등 이란발 특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이날 전했다. 경제사절단의 노만 라몬트 단장은 “이란은 구소련 해체 이후 25년래 가장 큰 규모의 신흥시장으로 떠올랐다”면서 “전 세계 비즈니스 발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란의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각각 세계 4위와 2위인 데다 아연과 구리, 알루미늄 등 다른 천연자원도 풍부해 외국과 합작할 경우 자동차 등 자체적인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라몬트 단장은 평가했다.

이란은 독일 지멘스와도 이란 철도시설 건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독일에도 새로운 거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역시 이란의 무기 수입 확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란은 ‘원조 큰손’인 중국에도 반가운 존재가 되고 있다. 이란 테헤란타임스는 이날 “23일 이란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란의 평화적인 핵 이용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약속했다”면서 중국의 대이란 원자력발전 수출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