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새로운 詩가 태어나다… 국립중앙도서관서 ‘SNS 시인시대 展’ 개막

입력 2016-01-25 20:58 수정 2016-01-25 21:04
국립중앙도서관에서 26일 개막하는 ‘SNS 시인시대 전’에 전시된 작품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우리가/ 신호등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곧 바뀔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곧 바뀔 거야/ 좋게.”

‘글배우’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SNS 작가 김동혁(28)씨의 ‘신호등처럼’이란 글이다. 김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을 500만명이 봤고, ‘좋아요’ 12만개가 달렸다.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난 김씨는 전봇대에 붙은 ‘방 구합니다’란 벽보를 보고 8개월 전부터 벽보형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4 용지에 시처럼 짧은 글을 써서 골목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붙인 뒤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는 방식이다. 한 주에 한두 개씩 글을 올리는데, 보는 이들이 많아서 책으로도 출간됐다.

김씨는 “의류사업에 실패하고 힘들어하던 중에 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글을 쓰다가 ‘방 구합니다’ 벽보를 보고 제 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SNS에 올리게 됐다”면서 “젊은 친구들이 제 글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SNS에 짧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글들이 시가 될 수 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이 26일 개막하는 ‘SNS 시인시대 전’은 새로 등장한 ‘SNS 시’의 현황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다. 널리 사랑받은 SNS 시 작품들을 전시하고 글배우, 이환천, 최대호 등 SNS 시인들의 얘기도 들려준다.

“빗소리 들으니까 좋다/ 네 목소리만큼은 아니지만.”(김성옥 ‘넌지시 #81’)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으니/ 꼭 너와 함께 있는 것 같다/ 그래 좋은 건 죄다 너를 닮았구나.”(손씨 ‘봄에 기울어’)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런/ 개소리 하지 말아요”(김수안 짧은 시 ‘너 딴 여자 생긴 거잖아’)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전시실(지하 3층)에 전시된 SNS 시 작품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시인 김상혁씨는 “SNS 시는 짧고 간결하며 반복과 대구 같은 운율을 적극 활용한다. 대부분 SNS 시인들은 쉽고 일상적인 말들로 감정을 표현한다”며 “SNS 시는 현대시가 사라진 영역, 혹은 닿을 수 없었던 자리에서 생겨난 새로운 장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이나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등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점도 SNS 시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웹툰과 시가 결합된 정헌재씨의 ‘포엠툰’,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함께 시를 배치하는 이상옥씨의 ‘디카시(dica-poem)’ 등은 SNS 시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카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상옥 창신대 교양학부 교수는 “디카시는 사물의 순간 포착과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며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순간 포착하여 그 따스한 온기가 가시기 전에 카페나 블로그, 카톡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순간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월 13일까지.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