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대신 농업을 공부하라.”
월스트리트의 투자 귀재 짐 로저스 회장이 국내 대학 초청강연에서 ‘농업이 진정한 미래산업’이라고 자신의 투자철학을 밝히며 강조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단순한 식량 생산에 그쳤던 농업은 이젠 옛날 이야기다. 농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수출, 식품, 가공, 저장,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도 신년사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농업을 첨단화·자동화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농업의 대전환기다.
농업혁신의 전초기지인 농촌진흥청과 산하 연구 기관들이 위치한 전라북도 전주시 농생명로300. 이곳에 미래 농업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이곳 연구원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연구에서부터 신품종 개발, 영농기술, 종자의 영구 보관 등 스마트 농업을 구축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국립농업과학원의 문을 열자 태양광 없이 오로지 LED 불빛 아래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파릇파릇한 상추가 눈에 들어온다. 컴퓨터로 빛과 온도, 탄산가스 등 생육환경을 제어해 흙과 비료 없이 물로만 재배하는 스마트 온실(식물공장)의 풍경이다. 그간 수입에만 의존했던 의약품·화장품 원료용 약용식물 재배에도 첨단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미래 농업의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유전자원센터 종자저장소는 종자 개발을 지원한다. 품종별로 21만 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영하 18도를 유지하는 장기보관소는 최대 100년까지 씨앗을 생존상태로 보관하고, 진도 7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까지 갖췄다.
다른 연구동에선 가상 환경체험을 통해 농기계를 운전하는 경운기 시뮬레이터 장비 개발이 한창이다. 이미 트랙터 시뮬레이터를 보급해 농민과 귀농인들에게 환영을 받은 터라 업계는 새로운 장비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실에선 한겨울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딸기가 빨갛게 익어간다. 과거에 딸기는 봄철이 제철이었지만, 우수한 국산 품종 개발로 당도가 높아져 최근엔 겨울철 대표 과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경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다시 정보화시대로 진보했지만 여전히 인류는 식량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2050년이면 지구 인구는 90억명을 돌파하고 2100년이면 110억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 거대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농업 혁신이 필수적이다. 미래 농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전주=사진·글 이동희 기자 leedh@kmib.co.kr
[앵글속 세상] 한국 농업의 장밋빛 미래, 그 뿌리를 키운다… 농촌진흥청 산하 연구원들의 365일
입력 2016-01-25 20:52 수정 2016-01-25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