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시장 키우겠다고 중국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입력 2016-01-25 17:26
‘핵제재’가 풀린 이란을 상대로 각국이 경협(經協) 외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말이 경협 외교지 실제는 경협 전쟁이라고 할 만큼 치열하다. 중국이 선수를 치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린 후 국가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다. 시 주석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3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교역 규모를 2014년 기준 520억 달러에서 10년 안에 6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또 에너지·산업·금융 등 17개 산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중동의 평화 정착을 위한 공업화와 인도적 사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시 주석이 올 들어 첫 순방지로 이란을 포함한 중동을 선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제재의 빗장이 풀린 이란에 가장 먼저 접근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고, 이란 경제개발에 따른 파이를 최대한 많이 차지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우리나라와 국외에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7월 이전 이란을 방문할 계획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베 총리와 로하니 대통령의 회담을 염두에 두고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각국도 정상급이나 부총리 이상 고위층을 이란에 파견해 경제 협력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이 경협 전쟁에 나서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내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란과의 경협 테이블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란의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은 국가주석이 뛰고 있는데, 3위인 우리나라가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곤란하다. 중동의 핵심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란을 지금처럼 홀대하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 탓만 하며 국내 정치에 올인하지 말고 국민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