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55) 시니어 무비

입력 2016-01-25 17:26
‘인턴’의 오리지널 포스터

고령화 추세가 확산되면서 노인을 주제로 하거나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유스’가 은퇴한 저명 지휘자와 노(老)영화감독의 우정을 그렸다면 ‘인턴’은 은퇴한 70세 노인이 시니어 취업 프로그램에 참가해 닷컴기업의 인턴으로 ‘새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 전개방식은 두 영화가 전혀 다르지만 주연을 맡은 노배우들은 감탄이 나올 만큼 훌륭하다. 마이클 케인과 하비 키틀,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

이들뿐이 아니다. ‘송 포 유(2012)’에서 괴팍하고 까칠하지만 아내는 끔찍이 사랑하는 노인을 연기한 테렌스 스탬프는 어떤가. 또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인생을 정리하거나 오히려 새롭게 인생을 살기 위해 인도의 한 호텔에 모여든 영국 노인들의 이야기인 ‘베스트 엑조틱 매리골드 호텔(2011)’의 매기 스미스와 주디 덴치는? 이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함으로써 속편(2015)도 만들어져 미국 배우 리처드 기어가 합류하기도 했다. 기어는 이 영화에서 늙어도 섹시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늙어서도 변함없이 터프함을 보여주는 배우도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스스로 감독 주연을 맡은 ‘그랜 토리노(2008)’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늙은 용사로 나와 M-1 소총을 들고 이웃 소수민족을 괴롭히는 깡패들을 무찌른다. 그러나 이런 영화는 예외다.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들은 대체로 노년의 위기를 극복하거나 젊은 세대들과의 관계 회복, 노후의 새로운 삶 같은 주제에 초점이 맞춰지게 마련이다. ‘어웨이 프롬 허(2006, 줄리 크리스티)’나 ‘라스트 베이거스(2013, 마이클 더글러스, 로버트 드 니로 등)’, 헨리 폰다와 캐서린 헵번에게 남녀 아카데미 주연상을 안겨준 명작 ‘황금연못(1982)’ 등이 그 예다.

고령화시대에 노인을 보는 눈이 어떠해야 하는가는 ‘인턴’의 오리지널 포스터 카피가 말해준다. ‘Experience never gets old(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 사람이 늙었다고 그 경험과 경륜마저 무시해서는 안 된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