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이 탄로날까봐 남편을 청부살해한 아내와 돈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몇 푼 안 되는 돈이 문제였다. 강모(45·여)씨는 몰래 카드 빚을 지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돈을 많이 빌려 쓴 사실이 남편에게 탄로 날까 노심초사했다. 그는 방법을 고민하다 난데없이 남편을 살해할 생각을 했다.
강씨는 이어 자신이 10년 전 노래방을 운영할 때부터 단골손님이었던 손모(49)씨에게 “남편을 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씨는 손씨에게 “남편이 밖에서는 호인이지만 집에서는 독재자같다. 남편이 모르는 카드빚이 있는데 들키면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고 이유를 댔다.
손씨가 승낙하자 강씨는 지난해 11월 초 청부살해 조건으로 500만원을 건넸다. 강씨는 완전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뒤 지난 20일 오후 7시쯤 손씨를 자신의 집 근처로 불러냈다. 그녀는 손씨에게 “교통사고로 위장해 남편을 살해할 적당한 장소가 있다”며 함께 현장 답사까지 마쳤다.
강씨는 지난 22일을 결행날짜로 정하고, 손씨에게 미리 연락해 오후 11시20분까지 현장에 도착해 기다리게 했다. 이어 퇴근한 남편 박모(49)씨에게는 드라이브를 하자며 현장으로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손씨와 3차례에 걸쳐 통화하며 범행을 조율했다.
현장에 도착한 그녀는 차 안에 함께 있던 남편에게 “(나는) 차에 있을 테니 담배나 한대 피우고 오라”고 했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씨는 담배를 피운 뒤 걸어가던 박씨를 1t 화물차로 치고 그대로 달아났다.
단순 뺑소니 교통사고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근처 화원에 설치된 CCTV에 덜미를 잡혔다. 사고 현장에서 30m가량 떨어진 이 화원 관계자는 “퍽 하는 소리를 들었다. 뺑소니 교통사고인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영상을 분석, 손씨가 사고 전 박씨의 차량 주변을 맴돈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화물차가 헤드라이트를 끈 채 갑자기 가속해 박씨를 치었고, 사고 현장 3m 옆 승용차 안에 있던 강씨가 사고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23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한 공장 내부 쪽방에 숨어 있던 손씨를 검거했다. 공장 근처에선 범행에 이용된 1t 화물차가 앞면이 찌그러지고 유리창이 파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는 자동차 할부금 등 2500만원의 카드빚이 있었고, 손씨에게는 전화로 “외상값 갚아야죠”란 암호로 살해를 독촉하기도 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24일 강씨와 손씨에 대해 각각 살인교사와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시흥=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카드빚 탄로날까봐”… ‘뺑소니 위장’ 남편 청부살해
입력 2016-01-24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