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언급한 이후 정부가 미·중 등 한반도 주변국을 상대로 5자회담 당위성에 대한 전방위 설득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미국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지지한다”며 동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외교당국은 북한 제외 협상 틀에 거부감을 가진 중국을 설득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4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를 갖고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두 장관은 “6자회담의 틀 내에서 5자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5자회담 등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 협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두 장관의 통화는 5자회담 필요성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감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리 장관은 오는 27∼2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국 측에 한·미 양국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은 방중 일정이 끝난 직후 다시 통화를 갖고 방중 결과와 평가를 공유하기로 했다.
5자회담에 대한 미국 측의 확고한 동의를 받아냄에 따라 우리 정부는 조만간 중국 등 다른 주변국을 상대로도 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을 빼고 다른 5자가 모이는 데 거부감을 가진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5자회담과 관련해) 다른 나라와도 협의할 것”이라면서 “물론 지금까지 (5자회담을) 꺼리던 중국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단 중국 측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놓고 조만간 내부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한·중 외교 당국 간에 이와 관련한 의견 교환도 이뤄질 전망이다. 그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도출된 이후로 예상된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지난 23일 YTN 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단호하게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했기 때문에 중국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사실상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고수하는 중국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한·중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우리 정부는 6자회담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핵 포기에 진정성이 없어 비핵화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6자회담의 위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 당사국 중 5자의 공조를 강화해 ‘대북 압박을 위한 대화’로 6자회담 개념을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제한하라는 요구를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울러 중국 내 항만과 공항에서 대북 무역 관리를 강화하고 북한의 중국 내 위안화 계좌를 동결할 것을 함께 요청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답변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5자회담’ 제기는 했는데… 역시나 中 설득이 관건
입력 2016-01-24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