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매섭게 얼어붙었다. 지난주 급락하기 시작한 기온은 24일 대관령 영하 23도, 파주 영하 20도, 서울 영하 18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올겨울 최저치를 찍었다. 어딘가에 적체돼 있던 추위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기승을 부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올겨울은 지난해 12월 ‘슈퍼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시작했다. 한파는 25일까지 이어지다 찬 대륙고기압이 약해지는 26일 오후에야 물러갈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반구 전반을 휩쓴 한파의 원인은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극 소용돌이)’의 남하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남극 등 극지방 성층권에 형성되는 영하 60∼50도 정도의 강한 저기압성 편서풍 기류다. 보통은 1만m 상공에서 강한 제트기류가 폴라 보텍스를 감싸고 있어 주변 고기압과 전선을 형성한 채 극지방에 머문다. 문제는 제트기류가 약해졌을 때다. 이 경우 소용돌이의 중심이 중위도 쪽으로 내려와 지금 같은 한파를 유발한다. 이런 폴라 보텍스의 남하는 2010년부터 반복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지구온난화라더니 왜 이렇게 춥나”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폴라 보텍스를 중위도 지역까지 이동시킨 근본 배경이 지구온난화다. 지표면 온도 상승으로 북극 해빙이 녹아 얼음 면적이 줄면 극지방 일대 온도가 덩달아 오른다. 그 결과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에 의해 발생하는 편서풍 계열 제트기류는 응집성을 잃고 남쪽으로 처지듯 늘어지게 된다. 폴라 보텍스의 중심을 극지방에 잡아두던 ‘띠’ 역할을 담당하던 제트기류가 힘을 잃는 것이다. 결국 극지방 찬 공기는 중위도 지역까지 밀려 내려오고 이상 한파는 북반구 전역을 강타하고 만다.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이 비정상적인 한파로 이어지는 이 같은 기상이변을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24일을 전후로 오호츠크해 북쪽 상공에 기압능이 발달하면서 대기의 동서 흐름을 막고 남북 흐름을 강화시켰다.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남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폴라 보텍스가 남하하는 현상 자체를 이상기후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장기간 심하게 지속되고, 여러 지역에 걸쳐 발생하는 것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의 특징은 기상의 진폭을 크게 만드는 것”이라며 “엘니뇨와 폴라 보텍스가 약해지는 현상 자체는 이상기후가 아니지만, 이러한 현상이 오랜 시간 계속되거나 강도가 더 심해질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정건희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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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4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