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중수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진용 윤곽… 첫 타깃 누구냐?

입력 2016-01-25 04:15

과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조직폭력배를 전담하던 한 검사는 별안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한 달 남짓 밤을 새워 택지개발 비리를 수사했다. 아무 인연이 없던 중수부 과장의 호출로 시작된 일이었다. 명예로운 중수부 근무였지만 발탁 이유를 몰랐던 이 검사는 수사를 마치던 날 “왜 저를 데려다 고생을 시키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과장의 대답은 “그래도 정의감이 있는 것 같아서”였다.

영화 속에서는 검사가 중수부 인사 청탁을 위해 부패 권력에 고개를 숙이지만, 실제로는 업무 숙련도와 성실성 등을 따져 냉정한 인선 과정을 거쳤다고 검찰은 말한다. ‘최고 사정기관’ 칭호를 물려받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도 평검사 인선을 마무리했다. 부패수사단에 소속될 검사들은 27일자로 파견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24일 “부패수사단은 현 검찰의 얼굴이다. 구성원의 자부심이 클 것”이라고 했다. 평검사 인사 전 공개된 부패수사단 면모는 사실상 중수부 후신임을 짐작하게 했다. 단장인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은 원전비리 합수단, 방위사업비리 합수단 등 대형 수사를 여러 번 이끈 특수통이다. 사건마다 우직하게 부딪힌다는 뜻에서 ‘망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1팀장 주영환(46·27기) 부장검사는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혐의를 받던 윤창열 전 대표를 수사했다. 밀항을 시도하던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을 검거해 그의 검은돈을 받은 이상득 전 의원을 직접 조사,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2팀장 한동훈(43·27기) 부장검사는 평검사 시절부터 중수부에서 다양한 수사를 펼친 이력이 있다. 초임 검사 시절 SK그룹 분식회계를 수사한 뒤 이듬해 중수부에 합류해 대선자금 비리를 파헤쳤고,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에도 참여했다.

이런 ‘특수통’ 검사 11명으로 진용을 갖춘 부패수사단은 유사시 다른 특수부 검사들을 파견받아 몸집을 더 불리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부터 이들의 ‘수사 신호탄’이 무엇일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책사업 비리 등 추측이 다양하지만, 과거 중수부처럼 압수수색 이후 신속한 처리가 이뤄질 수 있는, 내사가 무르익은 아이템일 거라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중수부처럼 수사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수부는 검사들이 임무를 띠고 파견될 때 동료들에게조차 “백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식으로 보안을 유지했다. 충분한 내사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사안을 먼저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중수부가 받던 검찰권 오남용 우려는 부패수사단을 향해서도 벌써 제기되고 있다. 이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 또 공정성에 어떤 의심을 받지 않도록 잘 지도·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