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보이스피싱 무역사기 주의보… “거래액 일부 먼저 보내라” 전화·이메일로 수수료 요구

입력 2016-01-24 21:38

서울 소재 중소 수출기업인 A사는 최근 중국 바이어로부터 “제품 10만 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중국 바이어는 계약이 진행되는 도중 ‘계약서를 변호사 사무실에서 공증해야 한다’며 수수료로 거래액의 1.2%를 요구했다. A사는 2회에 걸쳐 대금을 송금했다. 그러자 중국 바이어는 ‘대금결제를 위해 위안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데 비용이 들어간다’며 다시 거래액의 1%를 송금해 달라고 했다. A사가 공증서류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자 바이어는 응하지 않다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렸다. A사는 송금 수수료만 날리고 말았다.

생활용품 전문업체인 B사는 지난달 중국에 제품을 주문하며 전체 주문량의 30%에 해당하는 2000달러를 중국 수출상에게 선급금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중국 수출상은 현지 세금문제가 있다며 잔금 약 6000달러도 먼저 달라고 했다. 수출상은 이 과정에서 수신은행을 여러 차례 변경했고 송금서류를 위조하기도 했다. 의심이 커진 B사는 “선급금에 해당하는 물량이라도 먼저 보내 달라”고 했지만, 중국 거래처는 잔금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이후 B사도 2000달러만 떼인 채 중국 수출상과 거래가 끊겼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중국과 무역거래가 늘어나면서 각종 무역사기 피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24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개인 간에 성행하던 보이스피싱형 국제사기가 무역 분야로 스며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송이나 보상 요구 등 구제조치를 취하기에도 애매한 수천달러의 수수료와 선수금 피해가 특징이다.

일반적인 보이스피싱형 무역사기는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각종 수수료를 요구한다. 먼저 인보이스(무역거래 시 쓰이는 송장)를 요구하고, 신속하게 수입조건을 확정해 해당 수출기업의 기대를 부풀게 한다. 그러나 막상 계약조건을 마무리하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는 정부 정책 등을 핑계로 계약서에 대한 공증 및 환전수수료를 요구해 가로챈다. B사처럼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을 하려다가 선급금만 떼이고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시회 등에서 명함을 교환한 후에 연락해 와 선물이나 접대를 요구하는 신종 사례도 있다. C사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명함을 교환했던 바이어로부터 ‘계약을 위해 중국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중국을 찾은 C사는 바이어가 계약 전에 필요한 절차라면서 양주 등 고급선물과 접대를 요구해 2500달러 상당의 비용을 지출했다. 이후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바이어는 현금 리베이트까지 요구했고, C사가 이를 거부하자 거래는 그대로 중단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금액에 관계없이 거래 상대국에서 발생한 수수료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무역관행에 어긋난다”면서 “무역 거래에 앞서 무리한 선급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상대를 조심해야 하고, 상대방의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