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록적 장기 한파, 안전대비 만전 기하라

입력 2016-01-24 17:29
한파가 연일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4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도로 15년 만에 기록을 갈아 치웠다. 설악산은 수은주가 영하 29.7도까지 곤두박질쳤고, 제주도는 32년 만의 기록적 폭설 탓에 25일 오전 9시까지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울릉도에는 지난 6일간 100㎝ 넘는 눈이 내려 1주일째 고립상태에 빠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건강 위험, 노후 시설물의 동파, 지붕·교량의 붕괴 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한파는 북극 한파를 차단하는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냉기가 북반구 남쪽으로 하강한 데 따른 것이다. 즉 극지방의 점차적인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에너지가 제트기류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북극 한파가 풍선 바람 빠지듯 한반도까지 흘러내려왔다는 것이다. 보통 ‘지구온난화’라고 부르는 중장기적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 극값과 그 빈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혹한과 혹서, 가뭄과 하루 최대강수량 등 상반되는 기후현상들이 과거보다 더 심각하게, 더 자주 닥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이상난동 현상이 나타나 벚꽃이 만발하기도 했지만, 1월 들어서는 한파와 기록적 폭설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등 동부지역에는 22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최고 초속 80m 강풍과 더불어 60㎝가량의 눈이 쌓였다. 이는 1922년 1월의 71㎝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적설량이다. 미국 11개주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중국 북동부와 일본 등 동북아와 동유럽에도 한파와 폭설이 강타했다. 중국 북동부 내몽골은 기온이 영하 6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동토가 돼 버렸다.

이처럼 기후 극값의 변동 폭이 커지면 건축과 교통시설물, 운송수단 등의 안전 기준도 그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 2014년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지붕 붕괴사고의 경우 건축구조기준 중 지역별 기본지상적설하중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었던 것도 붕괴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전국적으로 적설하중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붕의 적설하중만이 아니라 모든 안전기준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 100년에 한 번 일어날 기후 극값이, 예컨대 5년 등으로 발생주기가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의 중요성은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기후변화 적응은 그 나라와 지역의 주민들이 기후재앙에 맞닥뜨렸을 때 생사를 좌우하는 과제다. 정부가 지난해 말 수립한 ‘제2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세부과제들, 한국형 기후 시나리오 개발, 해안침수 예상도 갱신, 연안지역 홍수 침수예상도 작성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