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출마 검토… 美 대선 삼파전 되나

입력 2016-01-24 22:01

2016년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73·사진) 전 뉴욕시장이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검토 중이라고 주요 미국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질 논란 속에서도 식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의 인기와 민주당 유력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위기 등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새로운 변수가 더해진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주변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블룸버그 전 시장이 측근들에게 ‘대권플랜’을 짤 것을 지시했고 “(선거운동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쓰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노림수는 이렇다. ‘강경보수’로 분류되는 부동산재벌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둘 중 하나가 공화당 후보가 되고, 자칭 ‘민주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자신 같은 ‘제3의 후보’가 움직일 정치적 공간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의 강경보수 성향은 물론 샌더스의 좌파 편향이 세력을 얻는 데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공화·민주당의 유력 대권후보와 맞붙는 상황을 가상해 지난해 12월 이미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대선의 풍향계인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의 결과가 나오는 2월 초 이후 추가 여론조사를 맡길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대권 도전 여부를 결심할 생각이라고 측근들은 말했다.

블룸버그의 출마 검토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오고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의 위기의식이 크게 높아진 시점에 나왔다. 샌더스는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의 격차를 거의 좁혔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대선 풍향계인 뉴햄프셔주에서는 안정적인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블룸버그통신을 세계적 미디어 그룹으로 키운 기업인이자 억만장자이고 2002∼2013년 12년간 뉴욕시장을 지냈다. 원래 민주당원이었으나 2001년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뉴욕시장에 당선됐고 2009년 3선 도전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중도적이라는 색채를 갖고 있으며 실제로 극단적인 양당 정치를 비판해 왔다.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와 가까우면서도 낙태와 총기규제를 지지하는 등 정책 면에서는 리버럴한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애매함’ 때문에 그가 보수·진보 어느 쪽의 고정표도 흡수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배병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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