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가 세계 정상에 올랐다. 봅슬레이 2인승의 대표선수 원윤종(31)과 서영우(25)는 23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2015∼2016시즌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43초4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선수가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한국 팀과 기록이 같은 스위스 팀이 공동 금메달을, 러시아 팀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번에 금메달을 획득한 원윤종·서영우는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두 선수가 봅슬레이 정상에 우뚝 선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봅슬레이는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 동계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90여년의 봅슬레이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두 선수가 뒤늦게 봅슬레이에 입문한 2010년만 해도 정상 등극은 그림의 떡이었다. 한국에는 봅슬레이 선수가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전용 훈련장이 없었다. 두 선수는 두 해 전까지 외국 선수들이 이용하던 중고 썰매를 구입해 사용할 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훈련했다. 두 선수는 오는 27일부터 현대자동차가 특별 제작한 전용 썰매를 이용할 계획이다.
이들의 쾌거는 국민을 감동시킨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 주인공들의 활약을 연상시킨다. 봅슬레이 불모지에서 이들이 이룬 업적에 찬사를 보낸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되레 한숨만 자아내게 하는 현실에서 두 선수의 낭보는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봅슬레이는 그 어느 종목보다 선수의 트랙 적응력이 성패를 가른다고 한다. 내달 완공되는 평창 트랙에서 두 선수가 반복 훈련을 한다면 ‘올림픽 금메달’도 기대할 만하다. 두 선수가 정부·기업·연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훈련에 매진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선물을 선사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사설] 국민에게 청량제 선사한 봅슬레이 첫 금메달
입력 2016-01-24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