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을 내지 않는 교회에 대해 들어보셨는지요. 서울 도봉구 높은뜻정의교회 이야기입니다.
이 교회 오대식 목사는 지난 10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헌금 없는 주일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매월 셋째 주일에 성도들은 교회에 헌금을 드리지 말고, 어려운 이웃이나 기관에 직접 헌금을 전달하는 ‘정의헌금’을 드리자는 것입니다. 단 개인과 가정의 신앙훈련이기에 교회 부서나 소모임에서 함께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성도들은 오 목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드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대부분 칭찬 일색입니다. 물론 다른 시선도 있습니다. 헌금은 성도의 몸과 마음을 담은 물질을 하나님께 드리는 행위로 예배의 중요 요소인데 이를 배제하는 것은 자칫 헌금무용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교회 운영에 있어 헌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타 교회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높은뜻정의교회는 3000여 명이 모이는 중대형 교회입니다. 자체 건물이 있는 교회의 경우 건물 운영비가 많이 들지만 이 교회는 도봉구 정의여고 강당에서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헌금 없는 주일 실험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자 오 목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운동은 교인들과 함께하는 신앙훈련의 일환으로 교인들의 신앙 상태와 주변 상황을 보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어 시작을 결심한 것”이라며 헌금무용론을 부인했습니다.
오 목사는 “정의헌금 운동을 한다고 해서 교회의 기존 헌금이 줄거나 예산 부족으로 교회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재정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인들 생활에서의 실질적 변화로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는 일이 생활화된다면 이 헌금운동은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헌금은 구약 시대부터 내려오는 신앙적 행위(레 27:30)입니다. 아브라함이 살렘 왕 멜기세덱에게 자기의 것 10분의 1일 바친 것이 십일조의 기원(창 14:20)입니다. 헌금은 성전보수와 제사장의 보수, 그리고 구제에 사용됐습니다. 사도 바울도 가난한 사람을 돌보라(고전 16:1∼3, 고후 8∼9, 엡 4:28)고 강조합니다. 또 가난한 형제들을 위한 구제 헌금이 주일 예배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정의헌금이 헌금의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높은뜻정의교회는 지난 17일에 처음으로 ‘헌금 없는 주일’을 실시했습니다. 이 교회의 실험이 그 목적을 잃지 않고 지속되길 바랍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미션쿡] 서울 높은뜻정의교회의 실험… 한달에 한번 이웃 위해 ‘헌금 없는 주일’ 실시
입력 2016-01-24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