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뛰기 전에… 문 열린 이란 먼저 찾아간 시진핑

입력 2016-01-24 22:0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사다바드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격상하고 교역 규모의 확충 등 재정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첫 순방지로 선택한 중동 3국의 방문을 마쳤다.

시 주석은 마지막 방문국인 이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잇따라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해제된 뒤 이란을 찾은 첫 외국 정상이다. 지난해 7월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이란을 공식 방문하기는 14년 만이다.

시 주석은 23일(현지시간) 로하니 대통령과 테헤란에서 회담한 뒤 양국 관계를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특히 양국의 교역 규모를 10년 안에 연간 6000억 달러(약 719조400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2014년 이란과 중국의 교역액 520억 달러의 약 11배다.

로하니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며 “특별히 제재가 해제된 이후 중국과 더 공고한 연대를 맺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중국과 이란은 모두 고대의 문명국으로 2000년 전 실크로드를 통해 우호적으로 왕래하면서 정을 두텁게 했다”며 양국 우정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 등 서방국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며 중국과 한층 더 가까운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메네이는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미국은 정직하지 않았다”면서 “이란은 서방을 결코 신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중국과 같은) 더 독립적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중동 3국 방문을 통해 경제 외교에 주력했다. 특히 시 주석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와 관련해 중동 지역에 확고한 디딤돌을 놨다는 평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테헤란∼마쉬하드 구간 고속철 건설을 중국이 금융지원 등을 통해 돕기로 했고, 중국 국영 철도기업인 중국중철은 이집트에서 15억 달러(약 1조7985억원) 규모의 철도 건설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대외경제무역대 장수위 교수는 신화통신에 “교통 인프라는 일대일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경우 중국에서는 지정학적 위치상 일대일로의 허브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제재 해제 이후 시 주석의 첫 이란 방문은 경쟁국들을 제치고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왕원 원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외부환경 개선 덕분에 이란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직전”이라며 “이때 시 주석이 이란을 방문한 것은 주식 가격이 오르기 직전 낮은 수준일 때 주식 보유를 늘리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모든 중동 국가와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거의 유일한 강대국이다. 하지만 경제 외적으로 민감한 정치·외교 분야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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