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공연계를 통틀어 최대 화제작을 꼽으라면 단연 7월 런던에서 개막하는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다. 4억5000만부 이상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시리즈(7권)의 8번째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된 해리 포터와 그 아들 이야기를 담은 연극은 지난해 10월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이틀 만에 1년6개월 치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12월 여주인공 헤르미온느 역에 아프리카 스와질란드 출신 흑인 여배우가 캐스팅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연출가 존 티파니(45·사진)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신시컴퍼니가 제작·개막한 연극 ‘렛미인’ 연출을 위해서다. 2013년 스코틀랜드에서 초연된 이후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호평받은 이 작품은 국내 연극계에선 처음으로 원작 프로덕션을 그대로 가져오고 스태프들이 직접 참여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선보이고 있다. 개막과 동시에 뛰어난 작품성으로 국내 연극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2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이제 한국이 (영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 고향으로 느껴진다. 2012년 연극 ‘블랙 워치’를 시작으로 지난해 뮤지컬 ‘원스’, 올해 ‘렛미인’까지 세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서울에 왔다”면서 “내 작품이 지구 반대편에서 공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만큼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은 늘 감동적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극작가의 작품을 갖고 한국 배우들과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인 그는 2006년 이라크전에 참전한 스코틀랜드 젊은이들을 다룬 ‘블랙 워치’로 국제적 명성을 얻어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스’의 연출가로 발탁됐다. ‘원스’는 토니상 12개 부문에 올라 최우수 연출상 등 8개 부문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연출 스타일은 ‘원스’의 더블린 펍, ‘렛미인’의 눈 덮인 자작나무 숲에서 보듯 심플한 무대를 사용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에 음악, 조명, 음향을 더해 스토리의 힘을 극대화시킨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는 “연출가로서 복잡한 세트나 특수효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단일 무대세트에서 작은 요소를 하나 추가하는 것만으로 많은 연극적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수많은 마술적 장치가 필요한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연출 의뢰를 처음 받았을 땐 내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문득 이 작품에 걸맞은 무대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연출을 수락했다. 작품 내용과 무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지만 개막까지 비밀을 유지하기로 계약해서 더 이상 밝힐 수 없다”며 웃었다.
무대 위에서 배우가 가장 돋보여야 한다는 것은 그의 철칙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매번 역할에 맞는 배우를 직접 캐스팅한다. 지난해 10∼11월 치러진 ‘렛미인’ 한국 배우 오디션 역시 사전정보 없이 치러졌다. 기본적인 연기력 외에 배우의 에너지와 눈빛은 그가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다.
헤르미온느 논란에 대해 그는 “헤르미온느 역을 맡은 노마 드메즈웨니는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다. 그녀를 캐스팅하면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줄 몰랐다”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에 헤르미온느를 백인이라고 언급한 구절은 없다. 서구에서 영웅을 모두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연출가 존 티파니 ‘렛미인’ 연출 위해 내한 “한국 작품 공연할 기회 오면 좋겠다”
입력 2016-01-24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