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사는 김모(18)군은 학교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문제아였다.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자존감이 낮았고 꿈도 없었다. 하지만 3년 전 비영리법인 브릿지빌더가 주최하는 ‘목적이 이끄는 비전스쿨’에 참석한 뒤 엔지니어의 꿈을 갖게 됐다. 김군의 성적은 불과 1학기 만에 전교 10등 안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평소 공황장애와 조울증에 시달리던 이모(19)양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1년 전 비전스쿨에 참석한 뒤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최근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에 합격해 설레는 대학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브릿지빌더가 매년 3박4일간 개최하는 비전스쿨에 참석했던 청소년들은 이렇게 달라졌다. 비전스쿨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이 꿈과 비전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공익적 양육 프로그램이다.
브릿지빌더 대표 이호현(서울 강동구 꿈이있어사랑하는교회) 목사는 2000년 초 가족들과 함께 가정에서 ‘비전통장’을 만들어 불우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조금씩 통장에 모은 돈으로 매년 성탄절 즈음 지역 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라면과 쌀 등을 전달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청소년들 중에는 불우한 환경 탓에 꿈도 목표도 없이 방황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목사는 “아이들을 일시적으로 후원하는 것보다 이들의 인생이 바뀌도록 꿈을 심어주고 복음을 제시하는 게 하나님이 더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2007년부터 소년소녀가장, 복지시설 청소년 40명을 초대해 비전스쿨사역을 시작했다. 비전스쿨은 청소년 참석자들이 튜터와 일대일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청소년들은 튜터와 3박4일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함께 꿈 찾기에 나선다. 비전스쿨 후에도 튜터와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꿈 찾기는 11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초청된 전문 강사들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핵심 노하우’ ‘내 안의 진정한 나를 찾아서’ ‘나의 사명, 나의 비전’ ‘내 삶의 전략 지도’ ‘몸으로 선포하는 나의 비전’ ‘비전 선포’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청소년들은 전문 강사와 튜터의 도움을 받아 행사가 끝날 즈음 자신의 꿈과 사명을 발견하고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청소년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과 열의를 갖게 된다.
비전스쿨 사역의 성과들을 확인한 이 목사는 이 사역을 더 체계적·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3년 브릿지빌더 법인까지 설립했다. 비전스쿨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선 브릿지빌더 상임이사 박인수(꿈이있어사랑하는교회) 장로의 역할도 컸다. 이너웨어 전문 업체인 ㈜아이앤유앤아이를 경영하는 박 장로는 4년 전부터 이 사역에 참여했다. 아이앤유앤아이는 이너웨어 ‘바디VS바디 블랜딩’ 제품의 수익 중 5%를 비전스쿨 사역에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도 ‘하나님의 은혜를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회사 비전에 따라 비전스쿨 튜터와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다. 행사 전부터 선물할 성경책을 마련하고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며 기도로 준비한다. 덕분에 비전스쿨에 참석한 청소년 가운데 95%는 복음을 제시할 때 하나님을 믿겠다고 결단한다.
박 장로는 “목사님 혼자 할 일이 아니라 생각해 비전스쿨 사역에 동참했다”며 “꿈꾸는 것도 사치였던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제9기 비전캠프는 다음달 22∼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로길 팀비전센터에서 열린다. 참가비는 무료다(070-8221-0316).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청소년 비전캠프’ 여는 이호현 목사 “좌절하는 어린 양들 꿈·희망 찾고 재도약할 때 보람”
입력 2016-01-24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