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탈당했다. 권노갑 전 상임고문에 이어 박 의원까지 당을 떠나면서 동교동계와 더민주는 사실상 결별하게 됐다. “분당(分黨)은 상수”라던 그의 예고대로 제1야당이 쪼개진 상황에서 박 의원 탈당이 호남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박 의원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당을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떠난다”며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 잠시 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야권 통합에 의한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 절해고도(絶海孤島·바다 가운데 외로운 섬)에 서겠다”고 했다. 줄곧 각을 세워온 문재인 대표에 대해선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제게 좋은 제안도 많이 했다”는 말로 갈음했다.
박 의원은 당분간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나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등 신당 추진세력과 결합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통합운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통합에) 약간의 희망이 보인다. 정동영 전 의원도 합류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총선에선 현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2년 제14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박 의원은 김대중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노무현정부에선 대북송금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고,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제1야당에 합류했다. 박 의원의 탈당으로 더민주 의석수는 127석에서 109석으로 감소했다.
앞서 박 의원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의 DJ 묘역을 참배하고,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그는 “이 여사가 ‘꼭 합하세요. 정권교체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하세요’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더민주 내 탈당 행렬은 주춤하는 분위기다. 박 의원과 가까운 김영록 이윤석 의원 등 호남 의원들도 당 잔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비주류 일각에선 친문(친문재인)·범주류 인사가 상당수 포함된 ‘김종인 선대위’에 대한 반발도 감지돼 추가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전북 순창에서 칩거 중인 정동영 전 의원이 외부강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광주 강연에 이어 25일 전북 전주에서 여성 경영인 대상 강연을 할 예정이다. 전날 천 의원과 회동한 정 전 의원은 야권 신당 통합운동 동참 요구에 “적극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DJ 실장’ 박지원 떠나는 날… 더민주 선대위 출범
입력 2016-01-22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