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6者 무용론 제기… ‘5대 1’ 구도로 北 압박

입력 2016-01-22 21:39 수정 2016-01-23 01:06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국방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관련 부처 장관들의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은 황교안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법으로 기존 6자회담이 아닌 5자회담 등 다양한 압박 틀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앞으로 대북 압박에 중점을 두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일관된 원칙’을 강조했다. 사실상 용도 폐기된 대화 틀 대신에 새로운 체제를 통해 더욱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의 대북정책 역시 그런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주문한 북핵 해법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이다. 사실상 6자회담의 ‘무용론’을 제기하면서 이를 대체할 틀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예시했다. 박 대통령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정책의 일관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6자회담은 지난 8년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열렸던 6자회담은 9·19공동성명, 2·13 및 10·3합의 등 성과도 올렸지만 2008년 12월 이후 계속 표류하고 있다. 결국 6자회담이 기존 한·미·일 대 북·중·러의 ‘3대 3’ 구도로 인해 효용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한·미·중·일·러 대 북한의 ‘5대 1’ 구도를 구축해 북한에 비핵화 압박을 더욱 강도 높게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6자회담 틀 내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6자회담을 완전히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대화 틀’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도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은)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핵 개발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란과 같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 있는 조치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단합된 경제·금융 제재가 이란의 핵 포기를 이끌었던 만큼 이 방식을 북한에 적용하기 위해선 중국의 강력한 제재 동참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 정부도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5자회담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 한반도 형세에서 대화는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방안”이라며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유관 각방(관련 국가들)이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하게 짊어지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을 조속히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9·19공동성명 준수, 6자회담 재개, 한반도 비핵화 추진 등도 언급했다. 결국 대화 틀 전환 문제는 중국 러시아의 적극적 거부 또는 무대응으로 인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한·중 양국 사이에 이 문제를 둘러싼 냉기류만 흐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6자회담이 출범한 2003년 이후 북한을 제외한 5자가 만난 전례가 없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중·러는 이런 틀 자체를 사실상 거부해 왔다. 박 대통령이 “관련 당사국들이 있어서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이라고 전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북한 문제 전반’에 대한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주문했다. 단순한 북한의 핵 포기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포괄적인 북한 문제 차원에서 국제사회 또는 우리의 대북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