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시립극장)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1940∼2009)의 작품을 1970년대 이래 꾸준히 선보이는 곳이다. 그런데 테아트르 드 라빌이 초청한 바우쉬 공연은 바로 이웃에 있는 샤틀레이 극장에서 올려지기도 한다. 세트가 크다거나 높은 티켓 판매량이 예상되는 경우 무대가 크고 객석이 많은 샤틀레이 극장을 빌리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테아트르 드 라빌은 물론이고 샤틀레이 극장도 연간 프로그램으로 바우쉬의 작품을 포함시킨 뒤 적극 홍보한다. 테아트르 드 라빌은 바우쉬만이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을 공연할 때도 자기 극장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규모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다른 극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한 극장이 다른 극장을 섭외해 공연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29일 열리는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콘서트는 수원에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기획했지만 성남에 있는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미국 출신의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세계 최정상의 현악 4중주단 가운데 하나다. 이번 5년 만의 내한공연에선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제13번 ‘로자문데’,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제10번 Op. 118,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 제12번 ‘아메리카’를 연주할 예정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클래식에 최적화된 무대에서 최상의 공연으로 선보이기 위해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을 대관했다”면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수원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경기도 소속인 만큼 이번 성남아트센터 콘서트를 계기로 경기도민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수도권 극장 가운데 비교적 일찍 지어진 다목적공연장으로 클래식 공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게다가 지난 2014년 수원시가 지원하는 SK아트리움이 수원에 들어서면서 이와 차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지난해 시작한 경기실내악축제를 수원은 물론 안양, 부천, 용인, 고양 등 도내 다른 지자체 공연장들과 함께 열었다. 그리고 올해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리사이틀처럼 수원이 아닌 성남에서만 공연하는 시도도 하게 됐다.
하지만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리사이틀의 경우 단순 대관 형식이라는 점은 아쉽다. 대관 극장과 공동개최를 통해 홍보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테아트르 드 라빌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극장들 사이의 협업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프랑스 극장들처럼 공동으로 홍보마케팅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한 극장 입장에선 자칫 자신의 공(功)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세계 최정상 현악 4중주단 美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29일 리사이틀
입력 2016-01-2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