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목사 “의료지원 통해 선교 금지된 북한에 예수님 마음 전달”

입력 2016-01-22 21:07
굿사마리탄월드미션 대표 김원기 목사가 21일 국민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랑의 의료기구 보내기 운동’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굿사마리탄월드미션 대표 김원기 목사(69)는 21일 “어렵고 딱한 형편에 처한 북한 동포를 돕는 것은 예수님의 명령에 따르는 일”이라며 “그 중 사람을 살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랑의 의료기구 보내기 운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미교포인 김 대표는 국민일보, ㈔제우세계선교후원회와 함께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업무협약 체결 등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가 78년 뉴욕베데스다교회를 세우고 목회 활동을 해왔다. 20년 전부터 대북지원사업을 조용히 펼쳐왔던 그는 지난해 11월 뉴욕베데스다교회에서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이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건강할 때 해야지, 더 늦으면 못할 것 같았다”며 활짝 웃었다.

김 대표는 1995년 북한 대홍수 당시 뉴욕에서 기독교뿐 아니라 불교, 가톨릭 등 종교계 전체가 벌인 성금 모금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북한 돕기 사역을 시작했다.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 것도 있지만 남다른 사연도 하나 있다.

김 목사 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남도 홍원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아버지는 서울로 내려오고 큰아버지 등 나머지 가족은 북한에 남았다”며 “큰아버지 덕분에 공부도 하고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던 아버지는 늘 통일되면 큰아버지를 잘 도와드려야 한다고 당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그 말씀을 가슴에 새겨놓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릴 길이 없었다”며 “그러던 중 1995년 뉴욕범종교북한돕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을 맡아 성금 5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하면서 대북지원사업에 발을 디뎠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1년에 한 차례씩 북한 어린이를 위한 영양제 보내기, 북한 의사들의 미국 연수 지원 프로그램 등을 조용히 진행해왔다. 미국 시민권자라서 북한과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북한에서는 ‘기독교조국봉사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지난해 11월에도 2주간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혈압계, 체온계 등을 전해주고 왔다”며 “다른 부분도 그렇지만 특히 의료시설이 열악해서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한에선 선교가 금지돼 있는 게 현실이지만 의료지원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보이지 않게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빠질 수도, 좋아질 수도 있는 군사적·정치적 상황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한국교회가 정치에 눌리고 환경에 지배당할 게 아니라 예수님의 마음으로 꾸준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성금으로 오는 10월쯤 미국에서 의료기구 세트를 대량 주문해 북한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