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 스토리] ‘의료사고’에 아내 잃고 폭행범 전락한 사연

입력 2016-01-23 04:05

양모(35·여)씨는 지난 11일 베이징대학 제3의원에서 숨을 거둡니다. 임신 26주의 상태였고 뱃속의 아이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4년 전 양씨는 임신 상태에서 같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유산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때는 무사히 출산했지만 폐렴 때문에 아이는 얼마 뒤 숨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둘 다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양씨의 죽음은 중국에서는 흔한 의료 사고일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글 하나가 올라오면서 그녀의 죽음은 뜨거운 관심을 받습니다. ‘베이징대 제3의원’(사진)에서 50명이 행패를 부렸다’는 내용으로 50명은 바로 양씨의 남편 장쯔창과 가족들입니다. 가족들이 병원에 1000만 위안(약 18억3400만원)을 요구했다거나 이미 4년 전에도 40만 위안(약 7300만원)을 뜯어갔다고 비방하는 글들도 떠돌고 있습니다.

한 산모의 죽음을 놓고 떠들썩하게 된 것은 ‘기관’이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양씨가 근무하던 중국과학원 물리화학기술연구소는 제3의원에 공문을 보냈고 이 공문이 인터넷을 달궜습니다. 연구소는 공문에서 “양씨 죽음에 대해 투명한 조사를 하고, 그 조사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합니다. 양씨는 연구소의 촉망받는 연구원이었습니다. 네티즌들은 ‘국가급 의료사고’라며 병원을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제3의원이 반박했습니다. 양씨는 10년 넘게 고혈압을 앓아 왔고 이번 사망의 원인은 대동맥 파열로 의료진으로서는 불가항력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양씨 가족과 연구소에 여러 차례 설명했고 부검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양씨 가족들이 병원에서 집기를 부수고, 의료진을 폭행하는 등 업무를 방해해 다른 산모들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남편 장씨는 웨이보를 통해 “병원에서 아내의 정확한 사망 기록을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다투긴 했지만 의료진을 때린 적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중국의사협회도 연구소 측 공문 발송의 적법성에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에 3개 기관이 개입한 것입니다. 22일 북경청년보 등에 따르면 경찰이 병원 내 소란 행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하니 개입 기관이 4개로 늘어난 셈입니다.

중국에서는 2014년 11만5000건의 의료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부분 병원의 승리로 끝납니다. 어느 나라든 의료 과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법이 아니라 주먹을 먼저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의료진 폭행 사건은 해마다 늘어 2014년에는 155건이나 발생했습니다. 2013년 저장성의 한 병원에서는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남성이 의사를 살해했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해 5월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여론은 남편 장씨에게 안 좋게 돌아가는 듯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남자의 비극은 ‘병원에서 돈을 뜯어내려고 소란을 피운 남자의 이야기’로 전락했습니다. 부인의 죽음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요. 언제나 약자는 개인인 것 같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