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영국에서 독극물이 든 차를 마시고 사망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 하에 독살됐을 것이라는 진상조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푸틴이 왜 그를 죽이려 했는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1일(현지시간) 리트비넨코가 푸틴 대통령의 범죄 행위들과 개인적인 치부를 낱낱이 알고 있어 그의 살해를 지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리트비넨코는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비밀활동에 관여했다. 푸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다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의 신흥 부호인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2013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리트비넨코는 FSB가 자신에게 베레좁스키 살해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트비넨코가 베레좁스키를 비롯한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들과 친분을 유지한 것도 그의 신변을 위협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리트비넨코는 또 1999년 300명이 숨진 러시아의 아파트 폭발 테러가 FSB의 자작극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 전에는 이 테러가 분리독립을 위해 무장 투쟁을 벌이던 체첸 지역 이슬람 반군들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었다.
푸틴의 소아성애(小兒性愛) 성향을 리트비넨코가 알고 있어 살해됐을 수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도 리트비넨코가 2006년 살해되기 전 한 언론에 “푸틴은 소아성애자”라면서 푸틴이 크렘린궁 인근에서 한 남자 어린이의 웃옷을 들추고 배에 입을 맞추는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푸틴이 어린 남자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영상을 리트비넨코가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리트비넨코 사태로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런던주재 러시아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정부의 분노를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러시아 외교부는 “짜맞추기식 조사”라고 영국을 비난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번 사건이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대한 양국의 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러시아 스파이 리트비넨코, 푸틴 성적 취향 폭로해 암살됐다”… 푸틴에 미움 받은 이유 분석
입력 2016-01-22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