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두 번째 재판에서도 후배 검사와 설전을 주고받았다. 검찰이 “수사를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하자 홍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도 수사 다 안다”며 발끈했다. 말싸움이 이어지자 재판부가 자제를 시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22일 진행된 재판은 전날 홍 지사 측의 ‘불법감청’ 주장에 대한 검찰의 반박으로 시작됐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팀의 손영배 부장검사는 “피고인이 오죽하면 불법감청을 운운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며 포문을 열었다. 손 부장검사는 “언론보도를 통해 1억원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사전면담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윤씨가 갑작스럽게 홍 지사 측 회유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사본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만약 통화내용을 불법감청하기로 검찰과 윤씨가 사전 협의했다면 사본을 받은 날 바로 원본 확보에 나섰을 것이며, 윤 전 부사장이 원본을 폐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 측은 전날 주장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윤씨를 사전 면담했다는 것 자체가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이 녹음파일 사본을 제출받았다면 즉시 원본 확보에 나섰어야 하는데도, 2주나 지나서 압수수색을 들어간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이 이에 대해 “수사를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 것 같다”고 응수하자 홍 지사가 나섰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사 모른다는 표현 안하는 게 옳다. 검사님만큼이나 수사 다 안다”고 했다. “검찰청 밖에서 수사하지 말라는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을 것이다. 찾아보라”며 훈계조로 말하기도 했다. 날선 공방을 주고 받자 재판부는 “감정적인 언사를 자제해 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증인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홍 지사의 측근 김해수(58)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다음달 26일 열린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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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2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