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날라간다고요? 날아갑니다!

입력 2016-01-22 19:00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수백㎞를 날라가 동해에 떨어졌습니다.” “이삿짐을 날르는 사람들의 동작이 벌이 날라다니는 것처럼 빠르네.”

주의해서 들어보세요. 방송이나 사람들의 대화에서 자주 듣게 되는 잘못입니다. 각각 ‘날아가, 나르는, 날아다니는’이라고 해야 합니다. ‘날다’와 ‘나르다’의 활용형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날다’는 ‘날아, 나니, 날고, 나는’으로 활용되지요. ‘날라, 날으니, 날으고, 날으는’으로 쓰이지 않습니다. 날다는 ‘비행기가 날다’처럼 쓰이는 것 말고 ‘물체가 매우 빨리 움직이다(택시를 타고 날면 금방 갑니다)’, ‘빛깔이 바래다(그 고운 색이 다 날았네)’, ‘냄새가 흩어져 없어지다(악취가 싹 날아갔군)’, ‘액체가 기체로 되어 줄거나 없어지다(휘발유가 날아 없어졌어요)’처럼 쓸 수 있지요.

‘물건을 옮기다’는 뜻의 나르다는 ‘날라, 나르니, 나르고, 나르는’ 등으로 활용됩니다. ‘날아, 날르니, 날르고, 날르는’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날아가다(오다)’는 ‘날면서 가다(오다)’라는 뜻의 한 단어이지 ‘날아 가다(오다)’가 아닙니다.

“식초 한 방울 넣었을 뿐인데 고기의 잡냄새가 싹 날라갔쥬.” 요즘 인기 있다는 ‘요리 방송’ 등에서 자주 들리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