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1년 전세계 클래식계는 구스타프 말러(1860∼1911) 열풍으로 뜨거웠다. 탄생 150주년과 서거 100주년이 바로 이어지면서 주요 오케스트라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말러 교향곡 전곡(9곡) 연주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서울시향, 부산시향, 대구시향이 대장정에 동참했다. 그리고 전곡 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적어도 한 번은 말러의 곡을 연주했다.
이후 잠시 열기가 식는 듯 했으나 올해 말러 붐이 다시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향을 비롯해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말러 교향곡을 한 곡 이상 시즌 프로그램에 넣었고(표), 8월에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기념으로 초대형 말러 연주회가 열린다. 게다가 1999∼2003년 임헌정의 지휘 아래 국내에서 처음으로 말러 전곡 연주의 금자탑을 쌓은 부천필은 새로운 지휘자 박영민을 맞아 지난해부터 다시 전곡 연주에 나섰다. 김대진이 이끄는 수원시향도 올해 하반기부터 대장정에 나선다.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는 “말러의 교향곡은 오케스트라의 기량과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만 연주할 수 있다. 그래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는 오케스트라 입장에서 한번은 치러야 할 도전이자 과제로 인식된다”면서 “최근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부쩍 성장하면서 말러의 교향곡을 경쟁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게다가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 못지않게 관객을 모으기 좋은 레퍼토리로 말러 교향곡이 정착되는 추세다”고 지적했다.
말러는 연초부터 화제가 됐다. 지난 16∼17일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공연에서 정명훈 예술감독 사임으로 대신 지휘봉을 잡은 최수열 부지휘자가 견고한 사운드를 들려줘 호평을 받았다. 최수열 부지휘자가 이 공연을 맡았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는 정명훈의 빈 자리를 최소화하며 차세대 지휘자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말러의 9개 교향곡 중 가장 먼저 작곡된 1번 ‘거인’ 연주가 유독 많은 것도 특징이다. 1월에만 두 차례 ‘거인’이 연주된다. 22일 국내에서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지휘자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가 포문을 열었고, 28일 당대 최고 지휘자 가운데 한 명인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시카고심포니의 연주가 예정돼 있다.
서울시향이 올해 거장 지휘자 2명과 함께 선보이는 말러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향은 3월 18일 엘리아후 인발과 함께 교향곡 7번을, 7월 8일 크리스토퍼 에센바흐와 함께 교향곡 1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에센바흐의 경우 지난 9일 서울시향의 첫 정기연주회에서 정명훈 감독의 대체지휘자로 나서 부르크너의 교향곡 9번을 훌륭하게 연주해 환호를 받은 바 있다.
올해 말러 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8월 25·27일 롯데콘서트홀이 개관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교향곡 8번이다. 임헌정이 지휘하는 코리아심포니를 중심으로 1910년 말러가 지휘한 초연 버전을 재현할 예정이다.
‘천인(千人) 교향곡’으로 불리는 8번은 초연 당시 오케스트라 171명, 독창자 8명(소프라노 3·알토 2·테너·바리톤·베이스), 합창단 850명 등 총 1029명의 연주자가 동원됐다. 지휘자까지 합하면 1030명으로 클래식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 편성이다. 사실 이 곡은 350∼400명 정도의 인원으로도 충분히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1000명 이상이 출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2010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로린 마젤 지휘로 1330명이 출연한 공연과 2012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로 1400명이 출연한 공연은 세계 클래식계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최연식 롯데콘서트홀 부장은 “해외 콘서트홀에서도 개관 프로그램으로 말러의 ‘천인 교향곡’을 빠짐없이 연주한다.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기 때문에 이벤트로서도 적당하고 음향을 테스트하는 데도 좋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국내에서 연주된 ‘천인 교향곡’은 횟수 자체도 적지만 콘서트홀 여건상 350∼500명 규모로 연주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관객들이 말러 초연 당시의 무대를 롯데콘서트홀에서 재현하는 장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말러 열풍’ 국내서 다시 한번∼
입력 2016-01-25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