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정국] 생사를 넘나드는 겨울산행

입력 2016-01-22 18:11

연일 강추위가 몰아치는데도 설경을 즐기기 위해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의 발길은 여전하다. 봄꽃, 신록, 단풍에 이은 설경은 겨울에만 만끽할 수 있는 등산의 묘미다. 하지만 겨울 산의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 최근 발생한 설악산국립공원에서의 안전사고는 기본적인 산행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지난 18일 설악산국립공원에는 오후 3시 한파경보가 발효되었다. 대청봉 인근은 초속 20m의 강풍과 영하 20도의 날씨로 인해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50도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서로 다른 2개 팀이 한계령과 오색에서 대청봉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오색에서 출발한 팀은 운동화와 가벼운 면바지 차림으로 등산에 나서 겨울산행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반면 한계령에서 출발한 팀은 겨울산행 준비를 갖추었다. 급변하는 기상 상황과 체력 저하로 인해 두 팀 모두 팀원 한 명씩 뒤처지는 사고가 났다. 결국 복장과 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한 명은 저체온증으로 인해 안타깝게 숨졌다. 이에 반해 겨울산행에 대비하고 산행한 또 다른 한 명은 가까스로 4시간을 버티며 구조대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겨울 등산은 ‘산행의 꽃’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폭설로 인한 눈사태 및 강풍, 한파로 인한 자연적인 위험 요인과 더불어 겨울철 의류 및 안전장비 준비 부족 등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안전한 겨울 산행을 위한 간단한 요령을 몇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체온 유지를 위한 복장을 준비한다. 산악지형에서는 풍속과 고도 차로 인한 체감온도 차이가 크다. 높이 100m당 0.6도씩 기온이 내려가고 거기에 풍속 1㎧당 1.6도 체온이 내려감에 따라 산 정상부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제온도와 많은 차이가 있다. 체온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온과 방수 기능이 좋은 복장과 등산화 착용은 필수이다. 또한 땀을 많이 흘려 옷이 젖게 되면 저체온증이나 동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양말과 장갑, 모자 등도 여벌로 준비해야 한다. 스패츠나 아이젠, 보온병 등도 갖추는 것이 좋다.

둘째, 출발 전 기상상황을 확인해 산행 중 날씨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출발하기에 앞서 조난 때 도움을 요청할 연락처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산악지형에서는 통신이 불안정하므로 문자송신 기능을 활용하면 좋다. 또한 가급적 혼자서 산행을 하기보다 3명 이상이 함께 산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지정된 탐방로로 이동하며 샛길에 들어서지 않는다. 눈이 수북이 쌓이면 탐방로나 앞서간 탐방객의 흔적보다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야생동물 흔적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를 탐방로로 잘못 알고 따라가다가는 조난당할 수 있다. 또한 눈길을 걷게 되는 겨울 산행은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등산을 일찍 시작하고 늦어도 오후 4시 이전에 하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본적인 응급처치 방법을 사전에 숙지해야 한다. 심장돌연사의 경우 심정지 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80% 이상 생존율을 보이기 때문에 응급처치 방안을 숙지하고 산행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상상황 확인, 적합한 복장 및 장비, 3인 이상 동반산행 등 사전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한 뒤 눈 덮인 국립공원의 멋진 설경을 마음에 담아보자.

정정국 국립공원관리공단 탐방관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