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2부) ⑩ ‘금단제’ 이일순 대표] “한복의 美 알리고, 열방에 복음 뿌리렵니다”

입력 2016-01-24 20:00 수정 2016-01-24 20:04
서울 강남구 선릉로 ‘금단제’ 매장에서 이일순 대표가 여자 한복 저고리를 펼치면서 우리 전통 의복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2007년 12월 황실후원패션쇼를 준비하는 이일순 대표와 독고정희·이석(고종의 손자) 부부, 고종의 증손녀 이홍씨(왼쪽부터). 국민일보DB
“성령님은 제 사업의 전부라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 하나님의 인도를 따를 때 가장 평안하거든요. 지금도 사업 초기 때처럼 항상 제 뜻을 내려놓으려 노력합니다.”

23년간 한복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온 이일순(54) 금단제 대표에게 신앙이 사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영화와 드라마, 패션쇼 등 경계를 넘나들며 한복을 디자인한 이 대표의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 2009년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2013년 영화 ‘관상’, 2015년 영화 ‘사도’ 등 유명 작품의 한복을 제작했다. 2006년엔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 전통의상상을 수상한 미스코리아 이하늬의 한복을 디자인해 화제가 됐다. 2002년부터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호주, 이스라엘 등 각국에서 한복 패션쇼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공을 ‘하나님의 선물’이라 표현하는 그를 최근 서울 강남구 선릉로의 매장에서 만났다.

브랜드명 ‘금단제’는 ‘금단에 오르는 제사장’이란 의미다. 이 대표가 성경 요한계시록과 베드로전서를 읽다 영감을 받아 지었다. 성경 속 금단과 제사장, 전통한복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예수님을 믿은 지 얼마 안 돼 지은 이름이에요. 요한계시록 8장 3∼4절 말씀처럼 금단에 오르는 제사장의 옷을 짓듯 우리 전통한복을 만들자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을 ‘왕 같은 제사장(벧 2:9)’이라 부르는 것에도 영감을 얻었고요. 이름에 걸맞게 목회자에게 ‘의의 옷을 입히자’는 취지로 매년 직접 지은 한복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고(故) 하용조 목사와 대천덕 신부를 비롯해 조용기 김장환 목사 등에게 입혀드렸네요.”

이 대표는 1993년 금단제 한복 매장을 열었다. 그전까지는 8년간 화랑에서 도자기 큐레이터로 일했다. 당시 고객에게 폐백 때 입는 활옷, 병풍, 화초장에 대한 문양을 조언해준 게 전업 계기가 됐다.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염색을 배운 그는 도자기에 쓰는 수 문양과 도안을 한복에 적용해 디자인했다.

무엇보다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이끈 건 창업 즈음 받아들인 신앙이었다. 사업 시작 전 우울증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던 그는 여동생의 제안으로 교회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이후 손님에게 받은 하용조 목사의 설교 테이프를 들으며 신앙을 키운 그는 금단제 설립 이듬해 온누리교회에 스스로 나가 등록했다. 설교를 반복해 들으면서 두통과 우울증세가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신앙이 없을 때는 문제나 어려운 상황에 집중하게 되니까 일이 마음대로 안 되면 항시 답답하더라고요. 그런데 설교를 계속 듣다보니 그런 답답함이 사라지는 거예요. 얼마나 열심이었던지 하 목사님 설교 테이프 3년 치를 4개월 만에 다 들었습니다. 그러다 예수님을 더 알고 싶어 교회도 등록하고 새벽예배도 나가게 된 거죠.”

유대인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그는 10여 년간 한국이스라엘성경연구소(KIBI)에서 활동하며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이스라엘 회복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예수가 활약한 땅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교회 내 ‘이스라엘을 위한 기도모임’에 참여하면서 유대인 선교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열방의 미전도종족과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건 이제 제 사명이 됐지요. 제가 해외에서 한복 패션쇼를 여는 건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함이지만,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한 이들의 마음 문을 열기 위한 목적도 있어요.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고 부담스럽지 않게 복음을 받아들이거든요. 부산 CM2007 대회와 세계여성리더선교대회(WOGA), 디아스포라 세계대회 등의 행사에서 패션쇼를 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한 겁니다.”

2014년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한국 전통문화 공연을 펼치고 지난해 호주 한국대사관에서 ‘한복 쇼케이스’를 선보인 그는 올해도 한복의 아름다움을 해외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40∼60대 가정주부를 모델로 세워 한복 패션쇼를 시도했어요. 저는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게 한국의 어머니들이라 봅니다. 어머니가 전통문화를 잘 알아야 자녀들에게 우리 고유의 가치를 전수할 수 있거든요. 그동안 미스코리아나 배우 등 유명인하고 작업해 걱정이 됐는데 막상 무대에 어머니들을 세워 보니 굉장히 우리 문화를 잘 표현해 주시더군요. 다음세대에 우리 전통문화를 전수하는 방편으로 기회 되면 다시 진행해 볼까 합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한복 패션쇼를 7차례 열었다. 올해와 내년에도 해외에서 한복 패션쇼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선교를 위한 행사도 자비로 계획 중이다. 그에게 지치지 않고 일과 선교에 전념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주변 사람들이 가끔 그래요. ‘이제 좀 편하게 지내지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런데 기도를 하면 ‘내 백성을 위로하라’ ‘주의 길을 예비하라’는 말씀을 주세요. 말만 ‘아멘’ 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부르시는 거죠. 앞으로도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 겁니다.”

약력 △1962년 출생 △1998년 국정교과서 자수 자문위원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 한복 출품 △2006년 이스라엘 국립박물관·오스트리아 궁 한복 전시, 미스 유니버스 전통의상상(이하늬) 수상 △2013년 뉴욕 맨하튼 홀로코스트 뮤지엄 한복 패션쇼, 영화 ‘관상’ 한복 제작 △2015년 호주 한국대사관 한복쇼, 영화 ‘사도’ 한복 제작 △온누리교회 권사


한복 브랜드 ‘금단제’는 어떤 회사

전통의 멋 구현… 실용성 가미

결혼 예복부터 생활용품까지


한복 브랜드 금단제의 제품은 전통과 현대의 멋을 구현하는 동시에 실용성을 가미한 게 특징이다. 금단제는 한복뿐 아니라 장신구, 침구, 그릇 등 생활용품에 전통 문양을 반영한 ‘아트 리빙’ 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해 판매한다. 한복은 예식의 계절과 장소에 어울리는 소재를 고려해 제작하며 천연염색으로 색을 낸다. 예식용으로는 결혼예복, 돌·백일복, 수의가 있고 예단, 함 등 각 행사에 맞는 물품도 함께 판매한다. 금단제 아트 리빙에서는 도자기 작가가 빚은 그릇이나 손자수, 조각보가 들어간 전통 침구를 구매할 수 있으며 한지와 보자기를 활용한 선물포장도 가능하다. 의상과 제품 판매 이외에도 한복 패션쇼와 박물관 전시회, 영화·연극·드라마 의상 출품에 주력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하는데 힘쓰고 있다.

금단제의 한복은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입기로 유명하다.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은성, 배우 채림 가오쯔치 부부 등이 금단제의 한복을 결혼 예복으로 입었다. 배우 엄지원과 한채영, 임호 등도 명절 등 특별한 날에 금단제 한복을 입었다.

이일순 대표는 금단제 한복을 입은 여러 유명인 중 배우 이병헌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병헌씨는 전통 결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직접 함을 싸러 오고 전화 문의도 자주 하며 혼례 용어와 물건의 의미에 대해 배워갔다”며 “특히 결혼식에 오는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02-517-7243·kumdanje.co.kr).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