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 경기 부양… ‘환율전쟁’ 재연 우려

입력 2016-01-21 20:59
중국발 리스크에 국제유가의 끝없는 하락,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산유국은 물론 선진국들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각국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 공급 등 각종 부양책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환율전쟁’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올 들어 가장 시장 충격이 컸던 중국의 경우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21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거래로 시장에 4000억 위안(약 7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규모는 3년 만에 최대다. 인민은행은 이와 별도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3525억 위안(약 65조원)을 시중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올 들어 공급키로 한 유동성은 모두 1조3525억 위안(248조원)에 이른다.

일본에서도 금융시장 동요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양적완화나 소비세 증세 연기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예상되는 추가 완화책은 장기국채 보유액을 지금까지 연간 80조엔 증가에서 100조엔(1000조원) 증가로 끌어올리고,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금액을 연간 3조엔에서 5조엔(50조원)으로 추가로 늘리는 방안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적인 양적완화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최근 글로벌 경기 동요로 인해 ECB가 양적완화 무기를 쓸 가능성이 높다”며 “채권을 사들이거나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금리 인상에 나섰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연말까지 4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려던 계획을 철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 경제 상황은 지난해 말 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하던 때에 비해 현저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18일 경제적 위기 상황에 몰렸다면서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특히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20억 유로(약 2조64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현재 프랑스의 실업률은 11%까지 상승했다.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도 지난 15일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부가 입법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입을 제한하고 세수는 늘리며 기업 활동과 산업 생산, 통화 거래 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자본시장 통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저유가로 사상 최악의 재정 적자를 낸 데다 달러 고정(페그)제를 공격하는 투기세력이 늘면서 지난 18일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에 리얄화 선물환 옵션 거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산유국 아제르바이잔도 최근 페그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환율 전쟁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기사에서 각국의 경기 부양 경쟁과 함께 환율 전쟁도 재연될 조짐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경기 부양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에 나설 수 있어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 등으로 인해 증시 폭락 등 경제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