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37%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진행하는 자체 파업 찬반투표가 노·노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일반직노조가 조종사노조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조종사노조가 이에 반박하는 성명을 내면서 충돌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1일 늦은 오후 성명을 통해 “일반노조의 성명은 대한항공 대다수 직원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다수 직원들은 일반노조의 성명서야말로 어용노조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회사와 1.9% 임금인상에 합의했던 일반노조는 전날 “조종사노조의 쟁의 찬반투표는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닌 집행부의 명분만을 내세운 것”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현재 파업까지 염두에 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기한은 다음 달 1일까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19일 조종사노조의 임금교섭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투표 결과에 따라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37%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일반노조와 같은 1.9% 인상안을 내놓았고, 임금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최고경영진의 급여가 37% 인상됐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최고경영진의 급여는 1.6%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계산착오를 인정하면서도 해외항공사와의 임금수준 비교 등을 이유로 내걸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에서 부족한 조종사를 충원하기 위해 고액의 임금으로 한국 조종사들을 채용하고 있다”며 “대한항공 조종사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찬성표가 절반이 넘더라도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연봉이 평균 1억4000만원대로 알려지자 여론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파업의 실효성도 관건이다. 2008년부터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서 조종사들이 파업을 해도 80% 이상의 인력은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임금인상률 ‘37% vs 1.9%’… 대한항공 노노갈등
입력 2016-01-21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