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공포 전염’… 中 경착륙 우려와 유가 하락에 심리 얼어붙어

입력 2016-01-21 21:40 수정 2016-01-22 00:02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20일(현지시간) 주가가 급락하자 한 중개인이 다급하게 호가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금융시장이 파랗게 질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움직임을 보여 온 미국·일본 등 선진국 금융시장까지 새해 들어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와 국제유가 추락이라는 두 악재에 감염된 징후가 뚜렷해졌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VIX) 지수는 20일(현지시간) 한때 32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1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USA투데이는 VIX 지수가 올 들어 52%나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VIX 지수는 미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지표로 주가가 급락하거나 그 가능성이 높을 경우 급등한다.

이날을 고비로 세계 주요 증시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글로벌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지수는 한때 3.4%까지 떨어졌다 1%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등 나머지 주가지수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새해 들어 12거래일 동안 2000포인트 가까이 빠지면서 거의 유일하게 ‘선전하던’ 미국 증시에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날 3.82% 폭락했던 홍콩 항셍H지수는 21일에도 2.24% 급락한 7835.64에 마감됐다. H지수가 8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3.2% 하락해 2880까지 추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 급락,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요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투자심리를 조금씩 잠식하던 국제유가 급락과 중국 경제 둔화 가능성이 이제 금융시장 참가자들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26.55달러로 떨어져 27달러가 붕괴됐다. 이는 전 거래일보다 1.91달러(6.71%) 급락한 것으로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둔화 우려→국제유가 하락→증시 하락→통화가치 하락→경기 둔화 우려 증폭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증시의 불안이 지속되는 데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6%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겹쳤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6.9%라고 발표했지만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최근의 시장 움직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의 원인을 경제학자들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더욱 공포에 질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심화됐다.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20일 1.982%로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지난해 말 2.273%였다. 특히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년 단기 국채 금리보다 낮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 하강 가능성이 높을 때 나타난다.

국제 금값은 1% 이상 올랐고,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 가치도 이날 달러당 116엔대까지 급등했다. 》관련기사 3면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