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둔화와 저유가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이 투자심리 달래기에 나섰다.
한은은 최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증대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통상 한은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상황을 점검하는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는 장병화 부총재 주재로 열린다. 이 총재 주재 회의는 그만큼 한은이 금융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이에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회의에서 중국의 금융·경제 불안 및 국제유가 급락 등 대외 리스크,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및 금리·주가·환율 움직임,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 특히 저유가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원유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보다 러시아·남미 등 비(非)OPEC 국가 비중이 큰 상황”이라며 “OPEC뿐 아니라 원유 수출 신흥국들의 경제위기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감산 협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국제종합팀은 ‘국제 석유시장 여건과 저유가의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하방 압력이 커질 경우 올해 평균 국제유가는 지난해(배럴당 52달러)보다 크게 낮은 배럴당 40.8달러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당분간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정이 계속될 수 있는 만큼 그 정도와 영향에 따른 정책대응 방안을 사전에 미리 강구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한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이날 2.24% 하락해 8000선 밑으로 내려가면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2조원어치가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가 곧바로 투자자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 당국은 시중에 남은 ELS 발행량의 96.7%가 2018년 이후에나 만기가 돌아와 그때까지 H지수가 상당 수준 회복되면 손실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불안심리 불필요하게 커지지 않도록 하라”… 한은, 투자심리 달래기
입력 2016-01-21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