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1일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한 중재안을 내놨지만 여야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선 같은 당 출신인 정 의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까지 쏟아졌다.
정 의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건의 신속처리 지정’ 요건을 완화시킨 ‘국회선진화법 중재안’을 발표했다. 중재안은 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건을 ‘재적의원 60% 이상 찬성’에서 ‘과반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재적의원 과반의 요구로 국회의장이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한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새누리당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신 정 의장이 직접 여야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고 여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중재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친정’인 새누리당의 거센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안) 상정을 막는 야당의 부당한 행위에 의장이 동조해선 안 된다”며 “경제를 살리려는 법안들을 이른 시일 내 직권상정하는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과연 의장은 어디서 오신 분인가라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중재안이 발표된 뒤에도 새누리당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좀 더 검토해볼 문제”라고 말했지만 당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턱없이 부족한 제안”이라고 깎아내렸다.
안건의 신속처리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법안처리 지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이라 하더라도 본회의 상정까지 330일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여당이 조속한 처리를 거듭 요청하는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등을 당장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19대 국회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법에 따르면 신속처리 지정 안건은 소관 상임위에서 180일 이내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법제사법위원회로 자동 회부된다. 법사위에서 90일이 지나면 본회의로 자동 부의되고,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야당도 정 의장의 중재안에 호응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이 (새누리당 개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존중한다”면서도 “신속처리 제도는 (현행 국회법의) 합리적 규정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정의화 국회의장, 선진화법 중재안 내놨지만… 與 “어디서 온 분인가” 성토
입력 2016-01-21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