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님, 피고인도 한 말씀해도 될까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성완종 리스트’ 사건 공판에서 피고인석의 홍준표(62·사진) 경남도지사가 벌떡 일어섰다. 홍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었다.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1차 공판기일인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보였다.
홍 지사는 “(돈을 줬다는) 진술 신빙성이 없을 것 같으니 불법감청 기법을 동원했다”며 검찰의 증거수집이 불법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가 성 전 회장 사망 직후 측근 엄모(60)씨를 통해 ‘자금 전달자’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두고 한 말이었다. 홍 지사는 당시 특별수사팀 소속의 부장검사가 윤씨와 동석한 자리에서 윤씨와 엄씨의 통화 녹음이 이뤄졌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김모 부장검사가 지난해 4월 13일 (엄씨와 윤씨가 통화한) 같은 시간에 A호텔에서 윤씨를 1차 면담조사했다”며 “검찰이 처음에는 이 녹음파일이 원본인 양 행세하다 갑자기 사본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를 하고 정치를 20년 한 사람에게도 불법감청을 동원하는데 국민을 상대로 한다면 어떤 짓을 하겠느냐”며 “이번에 새로운 검찰총장이 됐으니 수사 관행도 좀 바꾸고 자체 감찰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사실을 호도하지 마라”고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 발족 전에 윤씨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나와 김 부장검사가 윤씨 소환을 판단하기 위해 외부에서 만난 것”이라며 “그 당시 그를 처음 본 것이라 엄씨와 통화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것도 윤씨가 나중에 USB를 제출해 알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공판 전 기자들을 만나 “정치를 오래하다 보니 이런 참소(讒訴)도 당하는구나 한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주 불쾌한 질문이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 성완종도 잘 모른다”고 성을 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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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1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