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출신의 15살 소녀 마르와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다.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 갈 시간에 마르와는 한 살배기 아들 젖을 먹이고 빨래와 청소를 한다. 시간이 남으면 코란(이슬람 경전)을 읽는 것까지가 하루 일과의 전부다.
결혼 전 그녀에게도 꿈이 있었다. 약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만성적인 혈액 결핍 증세로 시달려왔다. 그러나 마르와가 10살도 되기 전에 시작된 전쟁은 그 모든 꿈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전쟁을 피해 레바논 동부 베카 계곡의 난민촌으로 도망쳐온 그녀와 가족들에게 그녀의 약값을 얻기 위해서는 결혼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마르와를 만난 이탈리아 사진작가 로라 아죠 칼돈은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그녀와 조금만 대화를 해보면 마르와가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어른이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마르와는 남편 옆에서도 “전쟁이 아니었다면 이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로라에게 털어놨다.
마르와가 사는 레바논 동부 베카 계곡의 시리아 난민촌은 지역 사람들에게는 ‘여자마을’로 불린다.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은 여성이 많이 모여 사는 이곳에는 마르와처럼 채 18세도 되기 전에 결혼한 소녀들이 많다. 대부분은 어려운 가정 형편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족들로부터 결혼을 강요당하는 처지다. 14살 나이에 벌써 두 아이 엄마가 된 아미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나마 그녀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13살 누르는 최근 아이를 유산했다.
3년 전 시리아를 떠나 이곳에 온 14세 아말도 비슷한 운명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곧 28세 아마드란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지독한 가난과 전쟁 시 징집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결혼을 시키기로 한 가족들의 결정에 대해 그녀는 수긍하고 있었다.
이곳 여자아이들의 ‘청춘’을 앗아가는 것은 비단 결혼뿐만이 아니다. 또래 남자아이들이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소녀들은 가족의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인근 밭에 나가 감자나 땅콩 등을 캐야 한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기약 없는 노동에 시달린 아이들은 벌써부터 요통 등을 달고 산다.
심지어는 가족들이 생계를 위해 12살 안팎의 소녀에게 결혼을 가장한 성매매를 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일명 ‘쾌락혼’이라 불리는 이런 성매매는 일단 결혼을 시킨 뒤 72시간 내 이혼을 하는 방식으로, 법에 저촉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를 떠나지 못한 소녀들의 운명도 가혹하기는 마찬가지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에서는 매주 30명이 넘는 10대 소녀들이 IS 대원들과 강제로 결혼하고 있다고 시리아 ARA뉴스가 전했다. IS 대원들은 이미 미성년자들과의 결혼을 자체 샤리아 법정에서 합법화했으며, 이달 초에만 최소 2명의 아버지들이 어린 딸과의 강제 결혼을 반대했다가 IS 대원들에게 처형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14살에 두 아이 엄마가 되는 시리아 소녀들… 생계 위해 강제결혼 횡행
입력 2016-01-2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