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더민주냐 국민의당이냐’ 갈림길… ‘1% 캐스팅보트’ 몸값 높여

입력 2016-01-22 00:20 수정 2016-01-22 04:02
국민회의 창당에 나선 천정배 의원(왼쪽)이 21일 여의도 창당준비의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당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이 야권 주도권 싸움의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그의 합류 여부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펼치는 ‘호남 대결’의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의 전국 지지도는 1%에 불과함에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측이 천 의원을 합류시키는 데 온 힘을 쏟는 이유다.

천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통합 선결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통합을 공식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사퇴 결심 표명과 총선에서 새누리당 과반 의석 저지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진전”이라면서도 “야권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로 가는 관건은 결국 패권주의 해체”라고 확실하게 강조했다. 더민주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패권주의가 해체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 지켜보고자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직접 만나 통합논의를 한 데 대해선 “통합에 관한 원론적 대화를 한 자리였다”며 “구체적인 협상과 조건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론적 수준에서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과 관련해선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고, 탈당파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둥지를 튼 것도 “정치적 생존을 위해 새 길을 간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민주, 국민의당 양측에 모두 ‘숙제’를 던져준 천 의원은 오는 31일 국민회의 창당이 완료되기 전까지 야권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공식·비공식적으로 양측과 접촉해 통합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천 의원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역설적으로 국민회의 지지도가 1% 대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국민회의를 연대가 아닌 통합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특히 더민주는 호남 민심을 돌려세울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천 의원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 호남지역 선거운동을 맡아준다면 국민의당과의 싸움도 해볼 만하다는 셈법이다.

국민의당은 지지도 상승세가 둔화된 상황이라 반전이 필요하다. 영입에 공을 들이던 박영선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합류가 무산됐고,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칩거는 길어지고 있다.

다만 천 의원 합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회비용’이 너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천 의원이 호남에서 가진 실제 영향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민주 관계자는 “패권주의 해체는 사실상 당 주도권을 달라는 것인데 주류 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천 의원 합류로 되레 잦아들던 당 내홍이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측도 “현재도 진심캠프 출신 인사들과 현역 의원들 간 알력이 상당한데 천 의원이 합류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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