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이 야권 주도권 싸움의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그의 합류 여부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펼치는 ‘호남 대결’의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의 전국 지지도는 1%에 불과함에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측이 천 의원을 합류시키는 데 온 힘을 쏟는 이유다.
천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통합 선결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통합을 공식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사퇴 결심 표명과 총선에서 새누리당 과반 의석 저지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진전”이라면서도 “야권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로 가는 관건은 결국 패권주의 해체”라고 확실하게 강조했다. 더민주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패권주의가 해체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 지켜보고자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직접 만나 통합논의를 한 데 대해선 “통합에 관한 원론적 대화를 한 자리였다”며 “구체적인 협상과 조건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론적 수준에서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과 관련해선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고, 탈당파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둥지를 튼 것도 “정치적 생존을 위해 새 길을 간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민주, 국민의당 양측에 모두 ‘숙제’를 던져준 천 의원은 오는 31일 국민회의 창당이 완료되기 전까지 야권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공식·비공식적으로 양측과 접촉해 통합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천 의원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역설적으로 국민회의 지지도가 1% 대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국민회의를 연대가 아닌 통합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특히 더민주는 호남 민심을 돌려세울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천 의원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 호남지역 선거운동을 맡아준다면 국민의당과의 싸움도 해볼 만하다는 셈법이다.
국민의당은 지지도 상승세가 둔화된 상황이라 반전이 필요하다. 영입에 공을 들이던 박영선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합류가 무산됐고,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칩거는 길어지고 있다.
다만 천 의원 합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회비용’이 너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천 의원이 호남에서 가진 실제 영향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민주 관계자는 “패권주의 해체는 사실상 당 주도권을 달라는 것인데 주류 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천 의원 합류로 되레 잦아들던 당 내홍이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측도 “현재도 진심캠프 출신 인사들과 현역 의원들 간 알력이 상당한데 천 의원이 합류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천정배 ‘더민주냐 국민의당이냐’ 갈림길… ‘1% 캐스팅보트’ 몸값 높여
입력 2016-01-22 00:20 수정 2016-01-2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