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집사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스웨덴 출신의 사라 베스틴 라흐마니는 2014년 ‘슈퍼 집사’(고액 연봉 집사) 30명 안에 들었다. 걸프만 국가에서 일하던 라흐마니는 그해 14만3000달러(약 1억7400만원)를 벌었고, 이듬해엔 연봉이 두 배로 뛰었다.
그래픽디자이너에서 집사로 직업을 바꾼 북아일랜드 출신의 40대 존 디리도 ‘슈퍼 집사’다. 그는 세 명의 고용주 밑에서 일하고 있다. 식사 준비부터 출장을 위한 비자를 마련하는 일, 재산 관리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디리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며 사생활을 즐길 시간도 별로 없지만 이 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옛날 직업’으로 여겨지는 집사(부유층 가정에서 집안일을 돌보는 사람)가 요즘 영국에서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기관에서 교육받고 스마트 기기로 무장한 현대의 집사들이 해외취업을 통해 연봉 15만 달러(약 1억8000만원) 이상을 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영국 BBC방송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에선 매년 350∼400명의 집사가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중 절반은 수요가 많은 해외로 취업한다. 중산층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이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산유부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랍권이나 아시아 등지의 부호들은 영국에서 교육받은 집사들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영국 영어의 억양, 격식 있는 옷차림과 예절 등을 두루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영국에선 집사 양성 산업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소방안전 교육과 응급처치, 가죽·섬유·목재 다루는 법, 요리와 서빙, 와인, 바느질, 꽃꽂이, 세계의 예절, 재산 관리 등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학위를 받는다.
옛날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늙은 남성 집사’도 요즘엔 찾기 힘들다. 라흐마니는 “새로 고용되는 집사들의 평균 나이는 41세이고, 아카데미 수강생의 40%가 여성”이라면서 “집사를 필요로 하는 고용주들은 왕족, 유전 소유주, 고위 성직자 등 다양하다. 그들은 최소 세 채의 주택과 한 채당 15명의 관리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월드 화제] 평균 연봉 1억8000만원… 미래형 직업 ‘영국 집사’
입력 2016-01-21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