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21일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과 쟁점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는데 대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의 경우 국회 운영 절차를 바꾸는 것이어서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게 온당하다는 정 의장 지적은 백번 옳다. 새누리당이 이런 최소한의 좋은 관행을 국회의장더러 깨라고 요구하는 것은 후안무치다.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지금이 국가비상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정 의장 판단도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택할 필요가 있다. ‘무위(無爲) 국회’에 대한 국민 불만이 하늘을 찌를 정도지만 그렇다고 꼼수나 변칙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고, 중재안을 제시한 것을 환영한다. 현행법상 안건 신속처리 요구 요건을 재적의원 60% 이상에서 과반으로 완화하자는 의견은 적절해 보인다. 국회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19대 국회 임기 종료 전에 반드시 개정해야겠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일각에서 정 의장을 압박하느라 그의 광주 출마설과 국민의당 입당설을 거론하는 것은 무례다.
이제 여야가 직권상정 문제로 다툴 것이 아니라 쟁점법안 협상에 진력해야 한다. 그나마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다행이다. 여야와 정부가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한 데다 야권에서 양보 기류가 흐르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모색 중인 국민의당은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을 조기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민주에서도 경제법안 처리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원샷법에서 적용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이런 기류를 적절히 활용해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청와대 아바타 역할에 머물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양보안을 갖고 막판 협상에 임하는 게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야당도 이왕 양보 의사를 밝힌 이상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을 진행해야겠다. 경제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에 발목 잡는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특히 더민주의 경우 친노패권주의 인상을 씻어내려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다는 유연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총선 승리의 첩경이다. 정 의장 역시 여야 협상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 설 연휴 전에는 쟁점법안 처리를 마무리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임을 모두가 명심해야겠다.
[사설] 당·청, 직권상정 요구 접고 대화·설득정치로 풀어라
입력 2016-01-21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