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생 40주년을 맞아 그동안 여기까지 버티고 온 제 자신, 그리고 그런 저를 봐준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배우로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 방점을 찍고 싶었고요.”
배우 윤석화(60·사진)가 연극 ‘마스터 클래스’(3월 10∼20일·LG아트센터)로 연극인생 40주년을 기념한다. 21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젊음을 선호하고 유행이 빠른 요즘 사회에서 내가 얼마나 무대에 설 수 있을지 하는 자괴감이 있었다”면서 “18년 전 ‘마스터 클래스’를 공연하면서 얻었던 용기와 힘을 이번에 다시 얻고 싶다”고 밝혔다.
‘마스터 클래스’는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77)의 삶을 토대로 미국 극작가 테렌스 맥날리가 쓴 작품이다. 칼라스가 71, 72년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진행한 실기 세미나에 직접 참가했던 맥날리는 이 작품으로 96년 토니상 희곡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98년 극단 여인극장 제작으로 공연됐는데, 그때 칼라스 역으로 출연했던 윤석화는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 속에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당시 윤석화는 세계연극제 개막작 ‘리어왕’에 캐스팅됐지만 공연을 앞두고 잠적하는 등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이 작품으로 재기에 성공한 윤석화는 잇단 앙코르 요청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칼라스의 애정이 녹아든 ‘마스터 클래스’를 출연하면서 구원을 받았지만 다시는 이 작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40주년 기념작 선정을 놓고 주변의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해 앙코르 공연에 나섰다.
특히 성희롱 누명을 쓰고 클래식계를 떠났던 지휘자 구자범이 음악감독 겸 반주자로 이번 작품을 통해 돌아온다. 구자범은 언론의 높은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간담회에는 불참했다.
윤석화는 94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공연할 때 반주를 맡았던 전주시향의 피아노 연주자로 구자범을 처음 만났다. 그는 “거장이 된 구자범이 작은 연극 무대에 설마 출연할까 생각하며 제안했는데, 예상과 달리 흔쾌히 수락했다”며 “구자범 덕분에 우리 작품의 음악성도 한층 높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연극 인생 40주년, 마스터 클래스로 용기와 힘 얻고 싶어”… 배우 윤석화, 간담회서 소회 밝혀
입력 2016-01-21 21:12 수정 2016-01-21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