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는 잊어라”… 프리미엄 중국産, 글로벌시장 공습

입력 2016-01-22 04:02
중국 화웨이가 최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 공개한 699유로짜리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8’(왼쪽).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CES에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냉장고도 선보였다. 연합뉴스, 화웨이 제공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한 화웨이는 최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 6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메이트8’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띈 건 가격이었다. 4GB 메모리와 64GB 저장공간을 장착한 고급형 모델 가격이 699유로(약 92만원)이었다. 기본형도 599유로다. 화웨이는 메이트8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950과 한 번 충전으로 2일 사용이 가능한 4000㎃h 고밀도 배터리 등을 탑재했다. 최고의 제품이니 비싼 값을 받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산=저가’라는 이미지를 벗고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관심사는 프리미엄 시장과 글로벌 진출에 집중돼 있다. 원인은 중국 내수 시장 상황에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처음 7%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는 이보다 낮은 6%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내수 시장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을 해왔다. 21일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중국 TV 제조업체 전체 매출의 81%가 중국에서 나왔다. 내수 시장 위축은 중국 업체에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내수 시장을 두고 중국 업체끼리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들고 나오는 것도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저가 시장 공략만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 1위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최근 미국 GE 가전사업 부문을 54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GE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GE는 미국에서 점유율로는 4∼5위권이지만 제품군은 프리미엄 중심이다. 하이얼이 저가 시장은 자체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은 GE 브랜드를 사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중국 업체들도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이센스와 TCL은 지난해 각각 일본 샤프와 산요의 멕시코 TV 공장을 인수했다. 스카이워스는 독일 내 유명 브랜드인 메츠(METZ)를 사들였다. 중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은 국내 업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저가 제품은 어렵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성과를 거둬왔다. 프리미엄 제품까지 중국이 추격해 오면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업체가 원한다고 해서 프리미엄 시장에 빨리 안착하긴 힘들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국내 업체들도 초기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고, 이후에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저가 이미지를 벗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각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국내 업체는 여전히 중국에 비해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앞서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해외 기업을 중국 업체가 인수하면 격차는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 수 있다”면서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용한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