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21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2군 훈련장은 선수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운동장은 지난주 내린 눈으로 얼어붙은 지 오래였다. 선수들은 실내 훈련장에서 추위에 맞서 체력 훈련에 열중이었다.
모든 구단이 따뜻한 곳으로 전지훈련을 떠났지만 서산엔 아직 57명이나 되는 선수가 머물고 있다. 육성선수, 재활선수도 있지만 이들 중에는 김태균, 정우람, 최진행 등 한화의 주전급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5일 이들을 제외한 32명의 선수들과 함께 일본 고치로 스프링캠프를 출발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떠나며 한 말은 “몸 상태를 끌어 올려라”였다.
훈련장에서 만난 정우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우람은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간 총액 84억원의 ‘잭팟’을 터트리며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며 자책감이 컸다. 그는 “프로 입단 후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고치에 가지 못한 건 내 불찰”이라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닷새 정도 훈련하면서 체력적으로는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는 “날씨가 추워서 공 던지는 데 제한이 있는데 기술적인 건 고치에 가서 준비하겠다. 체력적으론 다 올라왔다”고 말했다. 시즌에 대한 대비도 나름 구체적으로 계획해 놨다. 그는 “지난해 후반기 잔부상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 더 연구하고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불펜 투수 특성상 등판이 잦다 보니 타자들이 내 공에 익숙해졌다. 투구 패턴이나 구종에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우람은 “(고치로 가는 날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그곳 훈련량이 많은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고치에서 부르면 갈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경기에 나가서 많이 던지겠다. 팀이 원하는 ‘경기 후반에 확실히 막아내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팀의 간판 김태균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태균은 “서산에서도 해외 전지훈련 때만큼의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며 “타격이나 수비 훈련도 잘하고 있다. 다만 러닝 훈련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4년 84억원에 한화와 FA로 재계약한 이유도 친정팀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다. 그는 “매해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하긴 했지만, 올해는 정말 다르다.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 한화는 2006년 이후 아직까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김태균은 한화에서 13년을 뛰었지만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나간 지도 10년이 됐다”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나만 잘하면 한화가 우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산=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한화 2군 훈련장 가보니… 스프링캠프 못 따라간 독수리들 ‘서산 결의’
입력 2016-01-2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