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인간을 빼닮은 로봇을 처음 선보인 영화는 1926년 독일 작품 ‘메트로폴리스’다. 냉혹한 여성로봇 마리아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한다. 로봇이란 용어는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발표한 희곡 ‘R.U.R’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주는 기계노예를 등장시키며 사용했다. 강제노역을 의미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가 어원이다.
로봇영화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의 발달 때문이다. 초창기 기계류로 등장하다 지금은 인공지능까지 갖춘 인간형 로봇이 스크린을 장식한다. 로봇영화는 대부분 인간의 미래를 그린다. 인간을 지배하려는 로봇 얘기도 종종 나온다. 대표적 영화가 1984년 SF 액션물의 새 장을 열며 흥행 대박을 터뜨린 ‘터미네이터’다. 2007년 영국 타임스가 선정한 ‘영화 속 최고의 로봇 베스트 50’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터미네이터의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이다.
T-800은 킬러 로봇이다. 이런 로봇들이 군단을 형성해 전쟁을 치른다면? 상상이 아니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최근 발간한 ‘세계 국방지상로봇 획득동향’에서 주요국의 로봇병사 개발 동향을 소개했다. 미국은 중동에서 정찰로봇 팩봇을 실전 투입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2족 인간형 펫맨을 개발했다. 신장 183㎝, 무게 81.6㎏, 시속 7.1㎞로 전투임무가 가능한 펫맨은 2025년쯤 전장에서 운용될 수 있단다.
러시아는 인간형 전투로봇 아바타를, 일본은 세계 최초의 인간탑승형 거대 무장로봇 구라타스(높이 4m, 무게 4t)를 개발했다. 인도는 피아식별이 가능한 고지능 로봇병사를 개발 중이다. 세계 각국은 ‘아이언맨 슈트’로 불리는 착용형 로봇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전쟁은 인공지능형 로봇이 수행한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말이다. 근데 ‘자율 로봇’의 인간 살상에 따른 윤리적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세계가 고민할 시점이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로봇 전쟁
입력 2016-01-21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