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화가 있는 날’을 주제로 대학생들과 토론한 적이 있었다. 70명 넘는 학생 중 절반 이상이 ‘문화가 있는 수요일’을 알고 있었고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문화가 있는 날’은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뜬구름 잡는 정책이 아니라 ‘문턱을 낮춘 친근한 예술’ 환경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제도로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제도다. 그런데 이날의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문제는 수요일이었다. 첫째는 마지막 수요일을 기다릴 만한 뭔가가 없더라는 것, 둘째는 수요일은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자는 콘텐츠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고 후자는 시간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얘긴데 결론적으론 콘텐츠가 좋아도 요일이 문제라는 거다.
해외 사례에선 요일을 강조하는 축제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노팅힐 카니발은 8월 마지막 일요일과 월요일에 개최되는데 월요일이 하이라이트다. 멕시코의 전통축제인 겔라게차 축제도 월요일에 시작해 월요일에 끝난다. 셰틀랜드의 바이킹축제인 업 헬리 아 축제는 1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개최되고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고정돼 있다.
유명한 해외 축제들이 요일을 특화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업 헬리 아 축제처럼 바이킹이 처음 도착했던 날이라는 기념비적 의미가 있거나, 역사가 오래된 축제에서 누구나 축제 일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마케팅 차원에서 요일을 특정 짓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가 있는 수요일’은 이 대목에서 차이가 난다.
수요일에 대한 공통된 향수가 없는 상황에서 인공적으로 문화의 날을 지정하다 보니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고 바쁘게 일하는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다소 때 이른 요일 마케팅이랄까. 다음 주면 ‘문화가 있는 날’이 2주년을 맞는다. 마지막 수요일이 전국적 축제가 되려면 이제는 양적 확장보다 밀착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축제와 축제 사이] <4> 축제와 요일 마케팅
입력 2016-01-21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