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제작기술 발달에 힘입어 예술의 경지로 진화하고 있다. ‘예쁜 그림책’ 수준을 넘어서 ‘소장할 수 있는 있는 가장 저렴한 예술품’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보림출판사는 레이저 커팅 기술을 활용한 획기적인 예술 그림책인 ‘레베카의 작은 극장’(사진)을 번역해 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작가 레베카 도트르메르는 프랑스의 인기 일러스트 화가다. 그가 아주 흥미 있는 구상을 했다. “내 그림책 주인공을 모두 한 무대에 올려보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1996년에서 2010년까지 프랑스 고티에랑그 출판사에서 출간한 19권의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을 불러 모았다. 시인과 엄지동자, 식인귀부터 거위, 홍학, 모기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특징짓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새로 그려 책 한 권에 담았다. 레이저 커팅 기술을 활용해 각 쪽마다 주인공과 주요 무대 장치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도려냈다. 뒷장의 이미지를 가리지 않도록 아주 정교하게 계산해 잘라냈기 때문에 2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의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 정도의 가는 선까지 구현한, 섬세한 페이퍼 커팅을 통해 만들어진 주인공들은 그 자체로 굉장한 볼거리다. 책장을 넘기는 과정이 마치 주인공들을 하나하나 무대 위로 불러내는 효과를 낸다.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전개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기존 그림책 속 명장면과 명대사가 새로운 문맥 속에 놓이며 독특한 재미와 뉘앙스를 풍긴다.
출판사 측은 “문학성을 배제한 시각적 이미지만으로도 예술적 가치가 있는 그림책”이라며 “그래서 요즘에는 미술품처럼 소장할 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되곤 한다”고 말했다. 값은 6만원.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림책 넘기면 바뀌는 무대, 예술이네!… ‘레베카의 작은 극장’
입력 2016-01-21 20:49 수정 2016-01-21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