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의 리베로는 축구와 역할이 다르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공격과 수비를 오르내리는 것이 축구의 리베로라면 배구는 전문 수비수다. 리시브와 디그에 특화된 작은 신장의 재빠른 선수가 배구 리베로의 모습이다. 공격은 할 수 있지만 네트 위에서 때리는 스파이크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리베로가 직접 승리를 이끌 수는 없다. 하지만 20일 경기에서 OK저축은행의 리베로 정성현이 보여준 허슬플레이 한 개가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세진 감독은 경기 후 “듀스 상황에서 나온 정성현의 과감한 플레이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경기는 1세트 막판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듀스로 치달았다. 27-26으로 OK저축은행이 리드한 상황에서 상대 이강원의 백어택을 송희채가 어렵게 디그했지만 볼은 엔드라인을 넘어 광고판 쪽으로 높이 튀었다. 누가 봐도 상대의 득점이 될 상황. 이때 부지런히 볼을 쫓아간 정성현은 광고판을 뛰어넘으며 가까스로 볼을 살려냈다. 다시 송희채가 상대 코트로 길게 넘긴 볼이 엔드라인을 넘었지만 KB손해보험 리베로 부영찬이 실수로 살려냈고 이어 이수황의 공격 범실이 이어지면서 OK저축은행이 1세트를 어렵게 가져올 수 있었다.
정성현은 “팀이 3연패 중이고 또 그것을 잡지 못했다면 뒤집어질 수도 있었다.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이 나갔다”고 말했다. 김세진 감독은 “다칠까봐 위험한 플레이는 하지 말라고 한다. 화려한 거 나와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안 그래도 허벅지 부상 때문에 걱정인데 팀에 도움 될 것이 없다”고 부상을 염려했다.
앞서 정성현은 지난 5일 현대캐피탈전에서도 이날 경기와 비슷하게 광고판을 뛰어넘는 허슬플레이를 펼치다 허벅지 부상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당시 그의 플레이는 배구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 매체에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다. 그는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뛰어갈 것”이라며 “다만 다치지 않게끔 조심하겠다”고 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프로배구] 리베로 수비 하나가 승패 갈랐다
입력 2016-01-21 20:56